부산, 결사유치 집회, TK 합의각서 위반
용역불복 암시, 세금낭비 ‘정치공항’ 전례

지역이기와 정치권 합세
신공항 입지 협박수준
부산, 결사유치 집회, TK 합의각서 위반
용역불복 암시, 세금낭비 ‘정치공항’ 전례

지역이기주의와 정치권이 합세한 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싼 압력이 거의 협박 수준이다. 외부 전문기관의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TK와 PK 지역민심간 결투를 여야 정치권이 조장, 확대하고 있으니 신공항 입지가 제대로 선정되고 추진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가덕도가 안 되면 ‘민란이 일어난다’ 거나 ‘불복종 운동을 벌인다’는 등 조폭이나 깡패집단에서 나올 수 있는 공갈 협박이니 국민세금을 쏟아 부을 대형사업을 망치자는 수작인가.

부산 ‘결사유치’ 집회에 TK 반격대응

▲ 부산과 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경남 밀양에선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 부산을 제외한 영남지역 4개 시· 도지사가 긴급 회동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대립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두고 정치권이 지역민심을 대변하겠다는 기본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역간 갈등을 정치권이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려는 일종의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
지난 14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가덕도 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가 수만명의 군중을 동원,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신공항은 가덕도로’라는 구호 하에 결사유치 집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세연, 유재중, 하태경 의원, 더민주당 김영춘, 최인호, 김해영 의원 등 여야가 합세했다.
이날 시민단체 대표 등은 삭발식을 갖고 대정부 결의문을 낭독하고 ‘가덕도 안 되면 민란’이란 구호가 나왔다고 한다. 어느 국회의원은 가덕도가 아니면 ‘불복종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주최 측은 가덕도가 소음공해가 없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복합물류 거점 입지라고 강조한 반면 밀양은 산지를 깎는 ‘옥토훼손’에다 ‘반쪽짜리 공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에게 입지평가 항목별 기준과 가중치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같은 날 밀양시청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간담회 형식으로 ‘밀양’을 강조했다. 이들 4개 단체장은 전문기관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과열경쟁 자제를 호소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을 포함한 영남권 5개 단체장이 금년 초 과열경쟁을 자제키로 합의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강조했다.
그 뒤 서병수 시장이 가덕도가 안 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지금껏 ‘정치공항’ 중에 성공사례 있나

가덕도와 밀양 양측의 지역민심이 오랫동안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어쩌자고 정치권이 깊이 개입하여 부추기고 확대하는 난리인가. 무려 10조원의 세금이 소요된다는 신공항을 정치적 이해와 결부시켜 지역이기주의로 끌고 가면 또 다시 ‘정치공항’을 만들려는 의도인가.
고도의 전문적인 경제성 판단과 기술적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을 정치권의 위세로 결정하겠다는 위협과 협박을 행사하려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활동인가. 여야 국회의원이 지역민의 열망을 위해 용맹하게 나서는 심정은 이해더라도 그들이 무슨 전문가 수준의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할 능력이 있다는 말인가.
지금껏 정치권이 지역논리에 근거하여 유치한 지방공항 가운데 성공사례가 어디 있는가. 잘못된 지방공항 건설에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책임을 졌는가. 결국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특정지역이 아니면 안 된다고 강변하는 꼴 아닌가.
우리네 눈에는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 참패 이후 원성이 친박계로 집중되자 부산지역 비박계 의원들이 너무 우쭐해지고 제 1당으로 부상한 더민주당 부산시당이 득세를 과신하여 가덕도 입지를 공개 압박하는 꼴로 비쳐진다.

부산시장 ‘사퇴론’, ‘보이지 않는 손’ 무책임

▲ “가덕도가 안 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서병수 부산시장.

동남권 신공항이 영남권의 숙원사업으로 TK와 PK지역 의원들이 가덕도와 밀양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기본적으로 이해한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검토지시를 한 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3개 정권에 걸친 난제에다 차기정권까지 연계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때 공약했고 4.13 총선 때도 부산에서 5석만 건지면 가덕도 공항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약속했으니 현지를 방문, 관심을 표시한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이 지역민심의 앞장에 서서 정치적 압박을 행사했다가 용역결과 발표 후 이에 불복하는 민심을 어찌 달랠 작정인가. 정치권은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했으니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민심을 설득해야 할 처지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지금껏 TK와 PK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는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TK가 먼저 불을 붙였는지 PK가 지나치게 민심을 동원했는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의 눈에는 양측 모두가 지나친 꼴불견이다.
무엇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도가 안 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대목은 지나친 정치행태로 우리가 보기엔 웃기는 노릇이다. 서 시장이 공항 입지 관련 전문가라고 “가덕도 아니면 안 된다”고 강변하느냐는 말이다. 더구나 친박으로 행세해 온 그가 청와대의 ‘안 보이는 손’이니 국토부의 정책라인에 TK 인사가 포진됐다고 함부로 말해도 되는가.
더민주가 즉각 “친박 마저 청와대의 안 보이는 손을 폭로했다”고 화답하지 않았는가. 이에 청와대가 “너무 황당하다”고 촌평했지만 서 시장의 무책임한 발언이 “가덕도가 안 되면 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나오도록 유인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가.

용역결과 발표후 불복파장 어쩔 셈인가

지난 총선 때 대구에서 신공항 관련 “박 대통령이 큰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는 발언이 나와 정치적 논쟁의 불씨가 됐을 것이다. 대통령이 신공항 입지선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4.13 총선 후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민추진단과 함께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고 뒤 이어 TK 의원들이 정 대표를 만나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소수 집권당 차원에서 뭘 어쩌자는 말인가. 용역결과 발표 후 정치적 논쟁 꺼리를 서로 미리 만들고 있는 행위인줄 모르는가.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뒤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가덕도 신공항 유치기원 촛불문화제를 갖고 비상대책본부를 발족시켰으니 신공항 입지를 정치적 투쟁 과제로 삼는다는 취지 아닌가.
이 판국에 오는 24일로 예정된 용역결과를 마음 놓고 발표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정부가 최종 입지를 쉽게 선정할 수 있겠는가. 또한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신공항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겠는가.
부산시장이 가덕도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후 공무원과 경제인들마저 축배제의 구호가 ‘신공항은 가덕도로’라고 들었다. 대구에서는 범시민, 도민 합동추진위가 곳곳에 200여개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밀양을 외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험악한 상황이 어디서 유발됐을까. 또 용역결과 발표 후 탈락지역 민심을 누가 무슨 수로 수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가 내년 대선정국의 이슈로 제기되어 TK와 PK 간 정치적으로 결별하지 않느냐는 가상 시나리오마저 보도되고 있다. 가덕도 편에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유력 야권 주자가 많고 새누리당에도 김무성 전 대표가 있으니 가덕도가 아니면 ‘정치적 손’에 의해 잘못 선정됐노라고 주장할 작정인가.
반면에 친박계는 뚜렷한 주자가 없으니 ‘반기문 유망론’으로 충청권과 손잡게 되지 않느냐는 예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틈에 더민주는 “새누리당 집권 10년으로 정권교체시기가 도래 했다”고 보고 “PK와 호남이 합치면 승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모양이다.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가 이처럼 갈등과 분열로까지 작용한다면 바로 정치권이 저지른 재앙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는가.

‘정치공항’ 누명 되풀이할 작정인가

공합입지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결국 ‘정치공항’이라는 누명을 덮어쓰게 된다. 세계적 전문기관에 의한 선정결과를 정치권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됐노라고 반복하여 주장하면 그런 모양새의 ‘정치공항’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지방공항이 14개이지만 김포, 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하면 모조리 적자운영이다. 특히 울진, 양양, 무안공항의 경우 세금만 잔뜩 낭비한 채 공항구실을 못한다. 이 같은 실패의 전력을 안고 있는 정치권이 다시 공항입지 선정에 개입하여 TK와 PK 간 부끄러운 결투장면을 연출하고 있으니 얼마나 밉상인가.
정치권은 입지선정이란 전문기관 영역에 속한다고 맡겨두고 선정기준이나 경제성, 안전성 분석 자료의 타당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민심으로 보면 가덕도나 밀양이 제각기 최적을 주장할 수 있다.
가덕도에서 보면 밀양은 산지가 많아 대형기의 이착륙이 불안한 반면 가덕도는 바다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되고 소음공해로부터 자유롭고 24시간 공항운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장점이 뛰어난다. 반면에 밀양에서 보면 가덕도는 바다 매립지의 침하 우려가 있고 해일이나 태풍으로부터 취약하지만 밀양은 건설비가 적게 소요되고 부산, 대구, 울산 등지로부터 접근성이 양호하다.
이 같은 양측의 팽팽한 주장을 정치권이 국가적 차원에서 판정할 수 있는가. 정치권은 관계 전문기관이나 정부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입지선정 관련 외부의 어떤 압력도 작용하지 못하도록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할 일이 아닌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3호 (2016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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