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지난 21세기에 다시 본다

'인생경영'의 좌우명
손자병법(孫子兵法)
2500년 지난 21세기에 다시 본다



글/황원갑(소설가, 역사연구가)

손자(孫子)는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말 오(吳)나라에서 활약했던 제(濟)나라 출신의 병법가로서 이름은 손무(孫武)이다. ‘손자병법’은 손자가 지은 병서 13편을 가리킨다. 이 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편을 담은 병법서이지만, 비단 전쟁뿐 아니라 기업경영과 인생살이에 있어서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는 고전이다.
‘손자병법’의 요지는 전쟁에 임해서 최선책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손자는 제1편 ‘시계(始計)’의 첫머리에서부터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이다. 국민과 국가의 생사·존망이 달려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여 전쟁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자의 위대함은 그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한 모략형 전략가가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그는 결코 호전적이며 선동적인 병술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명중시 사상을 바탕으로 한 안전하고 합리적 방식을 추구한 인본주의자였다.
이를 잘 나타내는 대목이 제4편 ‘군형(軍形)’에 나오는 ‘승리하는 군사는 먼저 이긴 뒤에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사는 먼저 싸운 뒤에 이기기를 구한다’는 구절이다. 불가피하게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국민과 국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막중대사인 만큼 필승을 기해야 하고, 승리를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완전한 승리의 기틀을 굳혀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손자병법’은 단순히 전쟁의 방법만을 가르치는 병법서로 머물지 않고 작게는 개개인의 삶, 크게는 기업이나 나아가 국가 경영의 진로와 성패까지 제시하는 지침서가 되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전 중의 고전, 양서 중의 양서로 꼽혀온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

‘손자병법’ 전 13편의 백미는 제3편 ‘모공(謀攻)’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승리를 알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싸워도 좋은가, 싸워서는 안 되는가를 알고 있는 자는 승리한다. 병력이 많거나 적거나 용병을 잘하는 자는 승리한다. 상하의 뜻이 일치하는 나라는 승리한다. 피로하지 않은 채 적이 먼저 지치기를 기다리면 승리한다. 장수가 유능하고 임금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가 승리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번 이기면 한 번은 질 것이요,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패하리라. (…. 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이 대목을 다음과 같이 기업경영에도 원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성공을 알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사업을 해도 좋은가, 해서는 안 되는가를 알고 있는 경영인은 성공한다. 많거나 적거나 인력과 자금을 잘 사용할 줄 아는 경영인은 성공한다. 상급자와 하급자의 뜻이 일치하는 회사는 성공한다. 무리하지 않고 사업의 번창을 도모하면 성공한다. 간부가 유능하고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 회사는 성공한다. 그러므로 기업경영의 여건을 잘 파악하고 자신을 알면 백 가지 사업을 벌여도 위험하지 않고, 여건을 잘 모르고 자신만 안다면 두 가지 사업 중 한 가지는 실패할 것이며, 이것도 저것도 모른 채 무모하게 덤빈다면 백 가지 사업을 벌여도 모조리 실패하리라.’

인간경영에도 원용할 만고의 진리

이와 같은 손자의 교훈은 국가나 기업의 경영뿐 아니라 인간 경영에도 해당될 것이니, 사전에 아무 대비책도 없다가 재난을 당하면 준비된 경우보다 더욱 큰 낭패를 당하는 이치와도 같다고 하겠다. 그래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니 무비유환(無備有患)이니 하는 말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손자는 또 허(虛)와 실(實)의 묘법, 정(正)과 기(奇)의 용병에 관해서도 훌륭한 가르침을 남겼으니 ‘정병(正兵)으로는 적군의 실함과 맞서고, 기병(奇兵)으로는 적군의 허를 찌르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이 바로 그렇다. 이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전법은 크게는 국가 간의 외교전·무력분쟁은 물론 개인 간의 대립·갈등에서도 그 운용의 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만사를 군사적인 용병술처럼 해결하려고만 들어서야 되겠는가. 손자의 교훈은 얄팍한 처세술·권모술수·사기술이나 익혀 저 혼자 약삭빠른 척하고, 변절과 거짓말이나 일삼으며 한세상을 보내라는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있어서 ‘손자병법’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전쟁의 승리를 목적으로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 병법서에 그치지는 않는다. 군사 분야보다는 오히려 경제 분야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손자병법’은 시대를 뛰어넘어 규모와 형태에 상관없이 정치·군사·경제·사회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응용되고 원용되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 ‘적의 허를 찌른다.’와 같은 ‘손자병법’의 명언·명구를 돌이켜보라. 이야말로 전쟁경영론을 넘어선 인간경영론이 아닌가. 전쟁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경영도 인간이 하는 일이다. 전쟁이든 경영이든 전략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류사는 생존경쟁의 역사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국가의 경영이든 기업의 경영이든, 또는 인생의 경영이든 모든 경영에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경영이 난관에 봉착했을 경우, 그 난관을 돌파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비상한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전략이 없으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간과 인간의 구성이 조직이요, 조직의 구성이 집단이다. 조직집단을 움직이는 것이 경영이요, 경영에는 반드시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손자병법’을 공부하는 목적이다. 손자가 오왕 합려(闔閭)를 위해 군사를 움직이고 전략·전술을 논하던 시대에서 이미 2천 500년이나 지났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대도 어느덧 21세기로 들어섰으며, 국가와 사회의 조직도 변했고, 인간의 사고방식도 말할 수 없이 변화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까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그렇다. 그 난관이 집단적 강적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 시련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손자병법’에서 해답을 구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현대인을 위한 ‘손자병법’의 새로운 해석이요, 활용법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라.’ ‘적의 힘을 분산시켜 수세로 몰아넣으라.’ ‘허를 찔러 적의 약점을 공격하라.’ ‘때로는 정공법을, 때로는 기습작전을 펼치라.’ ‘방어는 조용히, 공격은 신속히 하라.’ ‘정보를 중시하고 상황 변화에 임기응변할 줄 알라.’…. 이러한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21세기 기업경영 또는 인생경영의 좌우명으로 삼자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1호 (2016년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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