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사정 불참 4월 총선 심판

9.15 노사정 대타협
합의파기 투쟁선언
한국노총, 노사정 불참 4월 총선 심판
민노총 가세, 총파업· 민중총궐기 예고

▲ 사진은 제24차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2016.1.27) 사진. <사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지난 19일 하오, 정부 여당이 9.15 대타협을 처참하게 짓밟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파기·무효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 투쟁체제로 전환하고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에 대한 가처분 소송, 위헌심판 청구소송으로 맞서겠다는 투지를 보였다.

4.13 총선 조직적 심판 투쟁 선언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2대 행정지침을 초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은 9.15 대타협을 파국으로 몰고 간 결과인데도 그 책임을 노동계에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 주장하고, 정부가 비열하고 야비하게 압박·탄압해도 굴하지 않고 ‘현장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9.15 대타협은 청년실업 문제, 비정규직 감축, 경제민주화 실현 등이 목적이었으나 그동안 정부는 금융, 공공 제조업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고 해고의 칼바람을 불러 일으켜 대타협 정신을 존중토록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임시국회가 끝난 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한국노총 주장을 끝까지 거부하여 투쟁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앞으로 4.13 총선에 대비하여 공약을 마련하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와 정당에 대한 조직적 심판투쟁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 방향으로 △비정규직 감축과 차별철폐,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상시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 의무화 △실 노동시간 단축과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노동기본권, 사회안전망 강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경제민주화 실현 등 노동시장 불평등 구조 해결 등으로 제시했다.

민노총, 야합·노동개악 비판 가세

한편 노사정위에 불참해 온 민노총은 한국노총의 합의파기 및 노사정위 불참선언으로 9.15 대타협이 야합(野合)이자 국민을 속여 온 실체가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노동개악에 대응 총파업과 총선투쟁으로 심판하겠다고 성명했다. 또한 민노총은 노동개혁과 관련, ‘쉬운 해고’, ‘장시간 저임금 노동’, ‘비정규직 양산’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노사정위를 해체시키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노동부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재벌의 배를 불리는 노동개악을 추진한다고 비난하고 대통령은 오직 기업의 요구만 절박하다고 했지만 정작 고통 받는 것은 노동자들이고 어려움에 처한 것은 서민경제이지 재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정부가 2대 행정지침을 발표하면 즉각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총선투쟁과 민중총궐기로 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민노총의 성명은 한국노총의 투쟁체제 전환선언과 맥을 같이 하여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이 총선방향과 맞물려 노사정 간 극심한 대립과 갈등으로 증폭될 것이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사퇴함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동안 ‘쉬운 해고’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왔었다. 또한 4월 총선을 새누리당의 ‘경제불평등’과 더민주당의 ‘경제민주화’의 결판이라고 주장하여 노동계의 총선투쟁과 노선을 같이 할 것으로 예측된다.

청년일자리, 장년 파견, 고용안정 울상

그동안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선언을 예고하고 있을 때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해외출장을 다녀와 ‘총괄적 책임’으로 인책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국노총과 정부 관계자도 함께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발표 직후 이기권 노동부장관도 긴급 회견을 통해 “한국노총이 국민여망을 져버리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조직 이기주의’를 선택했다”고 응수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이 불참하더라도 2대 지침은 정부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노동계와 충돌이 불가피한 국면이다. 이미 노동개혁 관련 법안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고 2대 지침은 행정명령으로 절차를 거쳐 확정할 수 있다.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선언은 청년 일자리, 장년층의 파견근로, 비정규직의 계약연장에 의한 고용안정 등을 무산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전망이다. 반면에 한국노총은 대기업 노조 고연봉 정규직의 기득권을 지켜 과격노조·귀족노조의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김동만 위원장이 소속된 금융노조를 비롯하여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강경파는 모두 대기업의 고임금 정규직들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 논란에서 자동차노련을 비롯하여 택시노련, 항운 및 해상노련 등은 대타협 유지를 주장했지만 김 위원장이 수적 우위에 투쟁력을 갖춘 강경파의 입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은 한국노총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노동개혁 법안이나 고용부의 2대 지침 초안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경제활력 회복과 대타협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양보가 불가피 했었다고 밝히며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선언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정치권 기류와 맞물려 정부입장 곤혹

노동개혁 관련 정부의 입장도 곤혹스러울 것으로 비쳐진다. 고용노동부가 주도적으로 2대 지침을 원칙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상황이 매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5대 법안 가운데 기간제근로자 보호법을 제외하고 4개 법안만이라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도록 촉구했지만 야권이 일축하고 말았다. 2대 지침의 경우 행정명령이라고 하나 노동계가 이를 빌미로 정치투쟁을 가열시키면 야권이 이에 동조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경제계가 범국민 10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여 박 대통령이 서명하자 야권은 국격(國格)을 이야기하며 비난했다. 범국민 서명운동은 기업활력증진법, 서비스산업육성법, 노동관계법 등 경제계가 절박하게 호소해 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명운동에는 대기업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중견기업 단체들도 동참하고 있지만 노동계가 친재벌 법으로 규정하고 야권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도 소수 강경노조의 투쟁을 비판했지만 별다른 묘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원유철 집권당 원내대표, 유일호 경제부총리,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절박성을 강조했지만 국회선진화법 발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권력 기득권따라 탈퇴·복귀 거듭

노사정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한 김대환 위원장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노동부장관 출신으로 야권과 소통할 수 있는 처지이지만 오히려 비판만 받아왔다. 한국노총의 경우 전통적으로 집권당과 정책연대 해온 전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야당과 구호를 같이 한다. 노동개혁이란 이처럼 시류와 시국 따라 움직이는 ‘노동권력’과의 타협이란 점에서 어렵고 어려운 과제라는 인상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불참·탈퇴·복귀가 되풀이 되어온 악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98년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타결했었지만 곧이어 민노총이 정리해고 등을 이유로 탈퇴하여 한국노총 중심으로 활동해 오다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격상된 후 2004년에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체결했고, 2007년에는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로 확대되고, 2009년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2015년 9월 대타협에 성공했지만 2대 행정지침을 이유로 한국노총이 파기 및 노사정위 불참 선언으로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꾸준히 참여해 왔지만 도중에 불참·탈퇴선언 등이 10여 차례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두 차례를 기록하게 됐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지도부가 지나치게 기득권 수호에만 집착하여 사회적 대화의 기본을 어겨가며 정치운동으로 끌고 가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국노총과의 대화는 아무리 어려워도 끈질기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8호 (2016년 2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