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발족, 창립회원국 지위 긍정

북핵신중, 대만 정권교체
한·중관계 미묘상황
AIIB 발족, 창립회원국 지위 긍정
이란 제재해제 평가, 북한 참고희망

▲ 대만 타이페이에서 신임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차이잉원 공식 홈페이지>

대만 총통선거에서 야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지난 16일, 압승으로 중국과의 양안(兩岸)관계 불편을 예고한다. 같은 날 중국은 베이징 국빈관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제안한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출범 개소식이 열렸다. 우리정부는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참석, 시 주석 다음에 축사했다. 반면에 국교단절 관계인 차이잉원 총통 당선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례적인 축전도 보내지 못했다.

대만 정권교체와 양안관계 관심

차이잉원 총통 당선은 숱한 화제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과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의 민진당 집권은 8년 만의 정권교체로 국민당 정권이 중국에 접근해 온 서진(西進)정책을 추진해 온데 비해 미국, 일본과 우호를 중시하는 남진(南進)정책을 표방함으로써 양안관계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진핑의 중국정부는 차이잉원 당선자의 정책에 불만표시로 당선 축하의 말 한마디 없었다. 한국정부도 중국과의 경제·외교관계를 고려한 듯 공개적인 축하의 메시지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역사상 최초일뿐더러 당(唐)나라 시절 측천무후(則天武后)이래 첫 여성 총통으로 추앙된다. 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이어 미국 힐러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세계 여성지도자 전성기를 이룩하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원주민 출신이자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 유학한 교수에서 정치권에 입문, ‘선거의 여왕’이란 호칭을 받으면서 마침내 총통에 이르렀다. 그러나 5번째 첩의 딸로 태어났다는 사실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밝혀졌다. 또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이 대만서 발간될 때 그녀가 직접 추천문을 썼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 당선을 보고도 청와대가 축전을 보내지 못한 것은 정치·외교의 속성이자 비정(非情)이라고 느껴진다.

16세 소녀 쯔위의 대만기 마저 파장

▲ 대만소녀 쯔위가 MBC 방송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유튜브를 통해 사과 영상을 올렸다. <사진=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차이잉원 총통 당선 직후 JYP 소속 아이돌인 16세의 대만인 쯔위가 태극기와 함께 대만국기를 흔들었다는 사실이 양안관계를 뒤흔드는 상황이니 참으로 엉뚱한 정치파장이다. 중국이 쯔위의 대만기를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 쯤으로 보고 중국 내 JYP 활동을 보이콧 하자 박진영 대표뿐만 아니라 쯔위가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LG유플러스도 즉각 쯔위의 광고모델을 내려 버렸다.
이에 대해 차이잉원 당선자가 “대만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하자 중국정부가 “분열행위를 강력반대한다”고 응수했으니 양안관계가 참으로 미묘하고 불안하다는 느낌이다.
우리에게는 남북관계가 이보다 더 민감하고 불안한 처지이기에 동병상련 격으로 안타깝게 비쳐진 것이다.

AIIB 창립회원국 지위 적극 역할기대

AIIB의 출범은 중국의 금융 굴기(起)로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의 맞수 성격으로 인식된다. 지난 16일 출범 개소식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총리가 동시에 참석한 사실로도 중국정부가 이를 얼마큼 열성을 쏟아 발족시켰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날 시 주석은 AIIB가 아시아지역 상호연동으로 ‘경제 일체화’를 추진하며 투자환경을 개선하여 세계경제를 부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 다음차례 축사를 맡은 유일호 부총리는 “길이란 애초에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으면 길이 된다”고 말하고 AIIB가 아시아와 세계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AIIB 초대 총재는 중국 재정부 부부장을 지낸 진리췬(金立群)이 맡고 우리나라는 기재부 송인창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 설립 회원국으로 지분 3.81%를 확보함으로써 영구 이사진 지위를 누리게 됐다. 부총재는 5명으로 2월 중에 선출할 예정이나 여기에 도전하여 뽑힐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700여명의 간부직과 사무직원 채용에도 상당수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AIIB는 올해 10건, 12억 달러 상당의 인프라 개발 투자 대출을 추진하며 이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국제기구 사상 최고의 지분율을 확보한 것은 AIIB가 처음이다. 이런 점에서 영구 이사직 지위를 충분히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박·시진핑 우호에도 한·중관계 미묘

▲ 북핵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외교가 불통이다. 사진은 지난 2013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북한이 수소탄 실험사태를 유발하여 남북관계는 물론 미국과 일본 및 중국 관계가 갈등이다. 우리의 경우 박·시진핑 간 우호적인 외교관계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핵 사태 이후 박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전화외교가 불통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조치가 확정되면 모를까 중국정부의 대북제재 방침은 오리무중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가혹한 제재’에 즉각 동의하지 않고 국익계산에 신중한 것이 중국식이다. 중국이 북핵을 반대하는 기본노선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우리정부의 선택이 어려워진 국면이다. 북의 4차 핵실험 이후 독자적인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 사드의 배치론이 나오고 있지만 ‘안보와 국익’을 기준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 밖에 말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자체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를 생각할 때 이웃나라 안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상 ‘엄중’한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이럴 때 대만 차이잉원 총통 당선에도 박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수 없는 미묘한 국익외교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 않느냐는 시점이다. 국제관계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이 기본상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핵 관련 독자적인 방어체제 강화에 너무 소홀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지 AIIB 출범식 관련 뉴스는 환영할만한 수준이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금융해제도 호재로 반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란의 사례를 참고로 “죽어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망상을 버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이란의 제재해제는 당장 국제 석유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중동정세의 변화, 시리아 내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이 풀려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이란과의 경제관계 회복으로 저성장에 허덕이는 수출과 해외건설, 플랜트 수주시장에 활기를 회복하리라는 기대가 앞선다.
국제정세 변동에 따라 지나치게 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지만 2016년 새해 연초의 국제사회가 급변이다. 무엇보다 북의 4차 핵실험으로 유발된 남북관계의 ‘엄중사태’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이후 조속히 풀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북핵 문제 해결로부터 우리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및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8호 (2016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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