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규제 프레임이 새시장 진출막아

사전규제, 포지티브 규제
신산업 규제장벽 호소
대한상의, 6개 부문 40개 산업 제시
낡은규제 프레임이 새시장 진출막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이 낡은 규제 프레임에 갇혀 신산업 도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 국제사회의 신산업·신시장 선점경쟁에 낙오하지 않도록 규제의 근본 틀을 개선해 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신산업 관련 규제 트라이앵글로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사전규제 △정부가 지정한 사업영역이 아니면 기업활동 자체를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 △융복합 신제품을 개발해도 안전성 인증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출시 못하는 규제 인프라 부재 등 3가지를 꼽았다.

6개부문 40개 신산업관련 규제장벽

대한상의 보고서는 △ICT융합 △무인산업 △에너지 △바이오 △의료서비스 △기타 등 6개 부문 40개 신산업 관련 규제장벽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사물 인터넷 사업은 통신망과 규격, 기술 등에 전문 노하우가 풍부한 기간 통신사업자의 IoT용 무선센서 등 통신개발이 막혀있다. 통신사업 서비스 따로, 기기제조 따로 칸막이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 드론택배. <사진=아마존>

3D 프린터로 인공장기, 인공피부 의수와 의족 등을 제작하고 있지만 안전성 인증기준이 없어 판로난을 겪고 있다. 혈당관리나 심박수 분석에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도 임상실험과 같은 허가절차가 너무나 까다롭다. 간단한 의료용 소프트웨어도 의료기기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방재업체가 스마트센서 부착 비상 안내 지시등, 연기 감지 피난유도 설비 등 지능형 설비를 개발해도 인증기준이 없어 제때 납품하지 못한다. 엘리베이터 운전제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제되어 있어 인공지능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무인 환자수송, 무인 물품이동의 출시가 어렵다.
바이오 분야의 식품이나 제약업계의 질병치료용 식품(메디컬 푸드)의 개발, 혈액을 활용한 희귀병 치료약 개발도 길이 막혀 있다. 메디컬 푸드는 당뇨 환자용 특수식 등 8종, 혈액관리법상 혈액이용 의약품은 22종으로 제한되어 있다.
기능성 화장품도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차단 등 3종만 인정되어 피부회복, 노화예방 등의 영역으로 확장이 어렵다.
에너지 분야는 하수, 공기, 해수 등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히트펌프’가 신재생 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대용량 전기저장 장치(ESS)도 소방법상 비상전원 공급장치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열거주의식 규제가 새로운 사업유형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의 경우 일반자전거와 속도(20~30km/h)가 비슷하지만 원동기 면허취득과 헬맷 착용이 의무화 된다.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나 스쿠터와 같은 원동기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자동차 사고정보나 신용정보를 빅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다. 개인 식별요소를 삭제해도 개인정보로 보고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 금융회사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토록 제한한 은행·산업 분리규제가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무인·수소차, 드론, 줄기세포연구 등의 규제

신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 간 규제환경 개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기준을 마련해 상용화 허용수순을 밟고 있고, 일본은 드론택배를 허용하는 등 무인산업 육성을 위한 경쟁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드론은 전남, 자율주행차는 대구지역에 국한해 시범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규제프리존을 도입할 방침이지만 관련법이 제때 제정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특히 일본은 최근 수소차 시장형성 촉진을 위해 수소충전소에서 도시가스를 원료로 직접 수소가스를 제조·판매할 수 있게 했다. 세계최초로 수소차 제조라인을 구축해 놓고도 시장형성에 애로를 겪는 우리 산업계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과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미국·일본에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사물의 위치정보를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로 간주해 활용상 제약을 두지 않지만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정보제공에 대한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다(위치정보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식별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 규제이유).
줄기세포 연구도 미국·일본은 특별한 제한이 없거나 연구기관의 자율심의로 허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의 엄격한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09년 이후 6년 동안 연구 승인사례가 전무하다.
미국은 민간보험회사가 ‘토탈헬스케어’를 표방하며 건강관리는 물론 피트니스, 식단관리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고, 공적보험이 일반화된 일본에서도 건강관리, 요양, 간병 등이 보험회사의 서비스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보험회사의 헬스케어서비스 기준이 없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술과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사전규제와 포지티브규제, 그리고 규제인프라 부재라는 규제트라이앵글에 갇힌 채 신시장 선점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면서 “기업의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사항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근본틀을 새롭게 바꾸고, 융복합 신산업 규제환경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8호 (2016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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