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출판 박기봉사장의 ‘다른생각’

우리사회 ‘상식과 비상식’
다시읽는 ‘안철수 생각’
비봉출판 박기봉사장의 ‘다른생각’
정치입문기의 ‘흑백논리 극치’ 지적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 브랜드의 효력정지를 뜻한다. 지난 2012년 안 의원 대선출마를 위한 정책공약집 성격의 ‘안철수 생각’을 다시 읽고 싶은 시점이다. 이 무렵 증권 전문가 출신의 비봉출판사 박기봉 사장이 ‘안철수 생각과 다른 생각’(2012.8 초록세상)을 출간하여 감명 깊게 읽었다. 그러나 지금쯤 안 의원의 생각은 그때와 다소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상식과 비상식세력으로 나눈 ‘안철수 생각’

필력이 특출한 저자 박기봉 사장은 전문 의학도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 교수의 정계진출을 우려스럽게 관측하면서 ‘안철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서둘러 집필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생각이란 거의 대선 공약집 성격이었다. 이 책속에서 안 교수는 “지난 10개월간 치열하게 사회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전문가 얘기 듣고 많은 책 읽고 사고를 넓혔다”고 고백했으니 겨우 10개월간 ‘벼락치기 공부’로 선거홍보용 책을 발간한 셈이다.
박기봉 사장은 ‘안철수 생각’의 출판사가 전략적으로 바코드 ‘03810’을 붙여 대선 공약집 성격을 한국문학, 교양도서로 포장한 것부터 부적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교수가 “꼼꼼히 읽고 허심탄회하게 조언하고 비판해 달라”고 당부했기에 ‘안철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박기봉 사장은 안 교수의 주장과 공약이 ‘흑백논리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우리사회를 상식과 비상식 세력의 대립으로 보고 비상식이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협력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경제민주화에다 좌파딱지를 갖다 붙인 것이 비상식 세력이라고 말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것이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기봉 사장은 이 같은 안철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경제민주화의 어원과 올바른 이해, 재벌개혁과 순환출자금지의 진실, 복지비교 기준문제, 반값 등록금과 청년실업문제, 국방과 법치의 경시는 ‘위험한 발상’, 통일·대북·안보관은 ‘위험천만’이라고 지적하고 가난이 개인의 책임인가, 국가의 책임인가를 안 교수에게 물었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상대적 빈곤감에다 희망이 없어졌다면 삼성·현대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실패하면 희망이 생기느냐고 묻고 ‘삼성동물원’, ‘LG동물원’이라고 비판하면서 왜 재벌에 납품경쟁하고 청년들이 입사경쟁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거짓은 짧고 진실은 길다’는 집필배경

▲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광화문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갖었다. 사진은 2015년 5월 21일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좌담회에서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박 사장은 책머리에 ‘거짓은 짧고 진실은 길다’는 말로 안철수와 다른 생각을 집필한 동기를 설명했다.
공자가 노(魯)나라 재상이 된지 7일 만에 당시 인기인 소정묘(少正卯)를 잡아다 처형하자 반발이 심했다. 공자는 그가 거짓을 교묘하게 변명하는 재주와 지모가 뛰어나 이를 통해 민심을 끌어 모아 일을 꾸밀 수 있는 악인 중의 간웅(奸雄)이므로 ‘거짓말의 독소’를 제거했노라고 답했다.
1980년 5.18 사태도 악성 거짓말이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전남대 학생회장 박관현은 여수돌산에 가 있었는데 “그가 계엄군에게 끌려가 죽었다”고 했고 “경상도 군인들이 전라도 사람 씨를 말리러 왔다”, “계엄군이 여자 유방을 대검으로 도려내고 임산부 배를 갈라 태아를 끄집어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5.18 광주민주화 운동 자료총서 50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후 악성 유언비어의 거짓이 드러났다.
저자는 또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민족통일국가 수립의 열망을 배반하고 민족의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듯 기술한 것도 거짓의 표본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 하에 ‘안철수 생각’이 우리사회를 상식세력과 비상식세력으로 갈라 대립 시킨 점과 너무 다른 생각을 책으로 엮었다는 해명이다.

안철수 재단기금 관련 주가조작 의혹

‘안철수 생각’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선 당시 여론인기 50%의 안 교수가 10분의 1도 안 되는 박원순 씨에게 후보를 양보한 후 언론이 대선후보를 제기할 때 출간했다. 저자는 이를 안철수 대선공약집의 성격으로 읽으면서 안철수 재단 설립기금 관련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저자 박기봉 사장은 서울상대를 나와 삼보증권에서 조사과장을 지낸 증권 전문가이다.
박 사장은 당시 언론에 ‘안철수 테마주’가 부각되면서 투기세력이 달라붙어 작전주가로 급등하자 머지않아 ‘먹튀’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2만350원으로 삼성전자 주가 67만2천원의 3%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 11월 10일부터 차기 대선 후보론이 나오자 투기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2012년 1월 안철수 재단 설립계획이 보도될 때는 무려 16만7천원으로 고작 5개월 만에 820%나 폭등했다.
당시 금감위,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합동대책반을 가동시켜 테마주를 특별 단속했지만 안 교수는 소유주식의 4분의 1인 86만주를 매각, 720억원의 재단설립 기금을 마련했다. 이는 주가가 오르기 전 전체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규모와 맞먹는다.
저자는 비록 합법적인 절차라고 해도 이를 결과적으로 주가조작에 편승한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안 교수가 도중에 대선후보를 포기하거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에도 주가는 폭락하게 될 것이므로 투자자들의 원망은 안 교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저자는 1980년대 안 교수가 서울의대생일 때 출판계로 진출했으며 이 무렵 안 교수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사용자들에게 무료사용토록 제공한 것을 보고 너무나 흐뭇하게 여겼다. 그로부터 30년간 출판에 매진하고 있을 때 안 교수의 정치이야기가 나오자 부(富)를 쌓고 선행으로 명예를 얻고 대학교수로 출세한 후 권력을 지향하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순진한 의과대학생의 ‘안철수 생각’ 속에 역사관, 기업관, 안보관이 위험천만하여 ‘다른 생각’을 출간하게 됐다는 말이다. 안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계기로 안철수 정치의 생각이 시중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관심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7호 (2016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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