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선 아무나 제정신 아니라는데…

[김동길의 세상보기]

노선생, 제 정신입니까?
시중에선 아무나 제정신 아니라는데…


글/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의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그 사람이 누군데”라며 매우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 중 상당수가 입을 모아 “대통령을 아무나 하나”라고 중얼거리는 사람도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에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고 ‘아닌 밤중에 홍두께’식으로 엉뚱한 사람이 불쑥 나타나는 경우가 없지 않은바, 노무현 씨의 등장과 그의 대통령 당선은(컴퓨터 조작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그 선거가 부정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없지 않지만) 한국 국민과 전 세계를 일단 놀라게 하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노씨 자신도 최근에 이르러 망언에 망언을 더 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가리켜 ‘어디서 굴러 들어온 놈’이라고 얼결에 내뱉은 것을 보면 자기 자신도 엉뚱하게 굴러 들어온 존재임을 시인하는 것 같다.

국민 후보 묘안 누가 냈을까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해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국과 일본을 주최국으로 하고 벌어졌는데 한국 축구팀은 16강에서 8강으로 8강에서 4강에 진출하는 역사상의 기적을 만들었는데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으면서 축구 기적 연출의 원동력으로 추앙되어 그는 그해에 있을 대통령 선거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이 사실이었다.
여론 조사의 결과는 한나라당이 내세운 이회창 후보 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고 하였고 정치인인 정씨도 대통령의 꿈과 열을 한번 훨훨 태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당 비슷한 것을 하나 만들어 좀 뛰어보기는 했지만 그의 뜻대로 굴러갔던 것은 아니라고 믿어진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가(그것이 아마도 그 당시의 청와대의 주인 김대중 씨였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묘안을 하나 짜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시 여당이 앞장서서 ‘국민 후보’를 한 사람 뽑아 보자는 것이었다.
노씨와 정씨의 국민후보 경선을 제안한 사람은 그의 속셈은 무엇이었던 간에 정씨를 향해 “정 후보가 노 후보를 누르고 국민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출마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라고 정씨의 귀에 속삭여 주었을 것이고 그 말을 정씨가 믿지 못할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만일 호남표가 정 후보에게 쏠렸더라면 사심 없는 순수한 제안이었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전남 광주 등지에서는 96% 내지 97%가 정 후보 대신 노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하니 국민 후보 안이 나라를 살리기 위한 애국충정에서 우러난 생각이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기상천외한 수도 이전 공약

어쨌건 노씨는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선거전에 임하게 되었는데 노 후보는 충청도 유세 때 기상천외의 공약을 하나 들고 나왔다. 그것도 선거전 막판에 “내가 대통령 당선되면 수도를 대전지역으로 옮기겠습니다” 충청도 사람들은 이렇게 대담하게 국가적 개혁을 단행할 사람이 또 있겠는가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노무현 후보는 일약 민족의(사실은 충청도 사람들 사이에) 영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그 반면에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처음에는 월등히 앞서가다가 다시금 김대업이라는 자에 의하여 ‘아들 병역문제가 불거져’ 아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군대에 보내야 하는 많은 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고 결국 형편없이 표를 잃게 된 것이었다.
투표일을 하루인가 앞두고 노무현과 손잡고 달리던 정몽준은 “나는 노씨와 손잡을 마음이 없다”는 뼈아픈 한마디를 던지고 노씨 진영에서 탈퇴하였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노씨를 지지하는 젊은 층을 결속시켰다는 말도 있다. 이회창은 패하고 노무현은 승리하여 16대 대통령이 되었는데 표차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이 48.9%를 얻고 이회창은 46.6%를 득표하였으니 겨우 2.3%차 밖에 되지 않았다. 노씨와 이씨의 득표 차는 겨우 57만1,980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말대로 “어디서 굴러 들어온 돌이 되어” 5년 동안 이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이었다.

왜 뽑아 놓고 이 고생 하는가

나는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나라가 위태롭다고 믿고 나는 죽어도 이런 사람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그때는 내가 외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가면서 노무현이란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유권자의 수가 날마다 늘어나 이제는 그 수가 엄청나게 되었다.
택시운전기사도 시장 바닥에서 채소 파는 아주머니도 노무현 비난에는 나보다 몇 배 앞서 있는 오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자신도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12번이나 했다니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아니겠는가. 탄핵까지 당해서 다 죽게 되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이 아니던가.
얼마 전에 평통자문위원회의 상임위원들의 모임에서 그가 떠들어대는 광경을 보고 모든 국민이(여당의 지도층을 포함하여) “저 사람이 제정신인가”라며 혀를 찼다. 고건, 김근태, 정동영 등이 그의 한칼에 작살이 났다. 그야말로 입에 거품을 물고 군의 장성들을 욕을 하고 미국을 폄하하면서 “나는 제정신이요”라고 외쳤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모든 국민은 그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왜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이 고생을 하는가. 임기 전에라도 제발 그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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