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군림, ‘유아독존’
불량·저질 역대최악
공천룰 싸움, 당내분란속 졸속· 부실
국감본질 보다 이념논쟁, 정치공세

국회의 국정감사 부실 졸속 비난이 매년 되풀이 된다. 올해는 역대 국회 최악의 국감이라는 언론의 혹평이 나왔다. 여야 지도부마저 민생 국감을 약속하고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당내 문제로 국감에 집중하지 못해 반성한다”고 스스로 고백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필요 없다.

누가 뭐라 해도 군림·호통·유아독존

▲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그리고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은 지난 9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앞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가졌다. <사진=새누리당>

여론을 중시해야 하는 국회가 왜 매년 부실국감을 되풀이 할까. 국감부실이 문제되어 매년 국감 무용론이나 폐지론이 나오지만 잠시뿐, 금방 흐지부지되어 무사통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은 누가 뭐라 해도 선출된 헌법기관이라는 특권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감에 대한 책임, 열성, 효율성 등을 외면해도 군림과 호통식으로 유아독존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는 역대국회로부터 대물림되어 온 관습이자 전통이며 일종의 기득권처럼 인식되는 모양이다.
올해 국감은 당초 매우 의욕적인 자세로 출발했다. 13개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수를 잔뜩 늘리고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채택도 기록을 세워 여야 의원들이 한껏 위세를 과시코자 준비했다. 피감기관이 행정부와 산하기관을 합쳐 700곳을 넘었으니 사상 최대 기록이다. 또 증인 가운데 재벌총수와 CEO 등 기업인 증인 채택도 수백명을 넘는 기록이다.
이처럼 주목받을 만큼 준비했다지만 정책질의 내용이나 증언청취는 수준미달이었다. 특히 피감기관장이나 증인을 마치 피의자를 심문하거나 인사청문회서 자격심사 하듯 위압적으로 따지는 자세는 꼴불견이었다.
정책감사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고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 공세에서 용맹을 떨치려는 모습은 속셈이 뻔한 가관이었다. 기업인 증인의 경우 경영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할 길이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같은 국감을 체험하고 돌아온 피감기관이나 증인들이 어떤 소감을 말할 수 있을까. 속으로 내년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원들 물갈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저질, 불량에 망신자초 빈축도

국회의원들의 권위적인 국감행차나 피감기관들의 과잉접대 악습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고검 국감행차는 검사장급 10여명이 줄을 서서 꾸벅 절하며 맞아 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승용차는 특별히 구내 잔디광장에 주차노록 배려한 것으로 보도됐다.
평소 권력기관으로 비판을 받아온 검사장들이 이처럼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다른 기관들이야 말해 뭣할까.
안전행정위 국감에서 경찰총수에게 망신 주고자 “권총 사용법을 시연해 보라”고 요구했지만 정치권 내부의 빈축 속에 질의의원이 오히려 망신당한 꼴을 연출했다. 또 대법원 국감에는 고법에서 유죄 선고받고 최종심 판결을 앞둔 의원이 국감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니 무슨 꼴인가.
국감의원들이 내년 총선 공천에 쫓기는 심정은 이해하더라도 듣기 민망한 지역구 민원을 잔뜩 늘어놓는 구태는 또 뭐라 해야 할까. 형제간 분쟁으로 난리를 겪고 겨우 경영권을 회복한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불러놓고 “한·일간 축구시합 때 한국팀을 응원하겠느냐”고 묻는 것이 국감질의인가. 증인이 참다 못해 피식 웃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웃고 말았다.
국감에 특별히 제한된 금역이 없다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위국감’,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국감’이라는 지적도 꼴사나운 대목이다. 김 대표의 사위 마약사건은 사법부의 정당한 판결을 받았고 박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혐의도 몇 차례나 걸러진 사안으로 국감 도마 위에 올릴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정책감사 결과라면 한국형 전투기(KFX) 국산화 관련 미국 측의 기술이전 거부사실을 은폐해 온 혐의를 밝혀냈으니 큰 성과이다. 방사청이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청와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우물쭈물 했으니 벌을 받고도 수습해야 할 일이다.

국정 본질보다 이념투쟁, 정치공세

역사교과서 검정과 국정화를 두고 국감장에서 이념논쟁이 격화되면서 쟁점의 본질보다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한 것은 개탄할 노릇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교육부 감사 현장은 야당의원들의 노트북 뒷면에 ‘국정 교과서는 친일 독재 교과서’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는 저질 악담까지 쏟아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론이 많은 쟁점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반민주, 친일, 독재와 결부시켜 정치쟁점화 할 사항인지 의문이다.
교과서 집필진의 이념편중과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정통성과 정체성 등 역사왜곡을 바로잡자는 뜻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와 상관이 없지 않는가.
또 미래창조과학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도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유도질문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는 답변이 나왔으니 파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고 이사장의 경우 검사와 변호사로서 오랜 경륜과 활동상에 비춰보면 확고한 소신과 확신에 따른 답변을 했다고 본다.
그러니까 방문진 이사장의 직무와 상관없는 이념관련 질문으로 답변을 끌어내 놓고 ‘한국판 매카시’라 공박하며 사퇴압박하고 해임촉구 결의안을 주장하는 것은 국감의 본질을 벗어난 행위 아닐까.
국감장의 논쟁이 지루하게 계속되어 밤늦게 국회방송을 통해 재방송을 보니 역시 지루한 전파낭비가 아닐까 싶은 소감이다. 교문위 박주선 위원장이 역사 교과서 관련 여야의 ‘의사진행 발언’을 조정할 길이 없어 “모두가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발언뿐이냐”고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온종일 대기해 온 수많은 증인들을 돌아보며 교육부 관련 이외 증인들은 “그만 돌아가시라”고 안내한 후 “지금 이것이 바로 오늘의 국회 실상”이라고 위원장 스스로 실토하기도 했다.

당대표나 의원이나 내년 공천싸움

불량, 저질, 나태, 부실국감의 되풀이를 끝낼 방도가 없는지 궁금하다. 올 국감이 끝난 후 언론들이 ‘최악의 부실국감,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솔직히 당장 어찌할 방도가 있는가. 입법과 예산 심의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회가 철벽같은 특권의식으로 못 들은 척 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형국이다.
올 마지막 국감의 경우 여야 당대표가 리더십에 쫓기고 지역구나 비례대표나 의원들이 몽땅 차기공천에 넋이 빠진 상태로 제정신 차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생명을 걸고 완전국민경선 ‘오픈프라이머리’를 약속하고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선언했지만 친박, 비박간 죽기살기식 이해충돌로 틀어지고 말았다. 특히 지난 추석날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으로 ‘안심번호 국민경선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청와대가 역선택가능성, 조직선거, 여론공천 등 부작용을 이유로 불가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실현불가능으로 결론 났다. 그 뒤 당헌, 당규에 합당한 공천룰 마련을 위해 당내 특별지구 설치를 추진하지만 위원장 선임마저 난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경우도 20% 물갈이 역할을 맡을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선임 난항 겪은 사정이 새누리당과 유사하다. 이 판국에 중도성향 중진급 8인은 ‘통합행동’을 결성, 통합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고 일부 호남민심은 조기 선대위 구성을 독촉하는 상황이다.
또 국회의원들의 목을 조르는 선거구획 조정은 여야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은 요지부동의 국민의 뜻이고 새누리당은 농어촌선거구, 새민련은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으니 결론이 나올 도리가 없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하면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결산하며 불량, 저질, 졸속이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회의원들의 귀에 들리겠느냐고 여겨진다.

효율적 국감위한 제도개선 검토

현행 국감방식을 기존의 국회의원 특권아래 맡겨놓고 개선을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 당사자에게 자신의 개혁을 요구하거나 특권을 기득권으로 확신하는 집단에게 ‘셀프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개혁을 애국운동 차원에서 추진하자는 국민운동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보면 상임위원회별로 피감기관을 늘리고 증인채택이 많을수록 행정부에 대한 견제나 감시역할에 최선이라고 인식한다. 그렇지만 13개 상임위가 700곳이 넘는 피감기관을 제한된 기간에 감사하자면 하루에 평균 5곳 이상을 끝내야 하는 계산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감기간을 연중 상시국감체제로 전환하든가 감사방식을 사전에 서류감사, 서면질의 감사 등으로 걸러낸 후 법정 국감일정에 맞춰 압축, 효율적으로 감사를 끝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증인들도 필요이상 무더기로 채택하여 본업을 제쳐놓고 온종일 국회에서 하품하며 대기토록 하지 말고 사전에 꼭 필요한 부문을 검토하여 최소한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5호 (2015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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