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부정하는 자가 집필해선 안돼죠

[김동길 박사 ‘이게 뭡니까’]

역사교과서 논쟁 유감
대한민국 폄하 됩니까
태극기 부정하는 자가 집필해선 안돼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한국사 교과서가 오늘 대한민국에서 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가.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가 상당부분 ‘사실을 사실대로’가 아니라 ‘사실을 멋대로’ 쓰여 졌기 때문에 국민교육에 위기가 왔다고 정부가 판단하고 올바른 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서술해야 교과서

초·중·고등학교 교재를 교과서라 부른다. 대학에 들어가기 이전 교육은 헌법에 따라 국가가 관리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부터 문교부(현 교육부)가 있고 문교부에 편수국이 있어 교과서를 만들었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국정교과서를 통해 한글을 보급시키고 장차 한글전용을 지향하기 위해 미 군정청 편수국장으로 취임하여 오래 고생하셨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할 때 헌법에 한글전용을 명기하게 됐다고 들었다.

▲ 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폄하하거나 비방하는 입장에서 서술하여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 허용될 수는 없다. 태극기를 존중하지 않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어떤 자에게도 국사 교과서를 집 필하도록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진출처=행정자치부>

국가는 교육세를 거두어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여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고등교육도 지원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초·중·고에서는 점차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검인정 교과서가 무상으로 배분되는 것이 원칙이다.
대학에 가면 교과서가 없다. 담당교수가 천거하는 책들의 리스트를 받고 교수가 선호하는 책 한두 권이 대학책사에 전시되어 학생들은 그 책을 Textbook으로 알고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학생이 많다.
역사 교과서 중 칼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입각하거나, 신채호 선생의 민족사관에 입각하여 서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느 역사가도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해야 하는 것이지 개인과 집단의 편견을 바탕으로 기록하여 학생들이 읽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교과서도 대한민국을 폄하하거나 비방하는 입장에서 서술하여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 허용될 수는 없다. 태극기를 존중하지 않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어떤 자에게도 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에 관한 신상발언(身上發言)

나를 사기꾼이나 방탕아로 몰아붙이는 사람은 없지만 ‘보수 반동’으로 간주하여 깐죽거리는 자들은 우리사회에 상당수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눈으로 나를 보고 그렇게 나를 분류하려는 자들은 대개 자신을 진보와 개혁의 선구자로 자부한다.
지금껏 나를 만나서 보수 반동이라 비난하며 토론을 벌여보자고 제의한 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었다. 다만 나의 감정을 건드리고 화나게 하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깐죽거리는 ‘사이비 진보’가 있다는 걸 내가 안다.
나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으로 조국의 역사 5천년에 조국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유민주주의를 만들어 보려는 야망이 있을 뿐인데 왜 나를 보수 반동으로 몰아붙이려는가.
군사정권이 유신체제를 강요했던 난처한 세월에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 우리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만한 수준의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지금은 사리에 맞는 언행을 해야지 우리를 오히려 반동분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 것 아닌가.
오늘의 진보는 누구인가. 친북 종북세력인가, 이승만 보다는 김일성이 훌륭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그 사람들인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로 나가는 현실을 악용하여 우리정치가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자들을 진보라고 우러러 보는 것인가.
그런 판단은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월남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감옥에도 갔었다. 내가 바보 천치인가. 나의 IQ도 어지간합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열매를 날마다 즐기면서 김정은의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자가 있다면 양심을 골방에 가두어 놓은 한심한 인간이지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 나의 조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

장수클럽의 나라사랑 마음

얼마 전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장수(長壽)클럽 첫 모임이 있었다. 여든이 넘은 이들의 모임이다. 내가 이용만(李龍萬) 전 재무부 장관과 함께 장수한 열 다섯 명을 졸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점심 함께 나누며 세상 이야기나 주고 받는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모인 회원은 14명으로 최 연장자가 96세의 백선엽(白善燁) 장군, 최연소자가 KBS 이인호(李仁浩) 이사장으로 80세였다. 70대들이 예비회원으로 끼워달라고 간청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우리끼리 모이기로 했다.
회원자격은 ‘80이 넘은’ ‘나라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다. 좌석 배치는 ‘ㄷ’자로 최연장자와 최연소자가 마주 앉는다.
점심은 소고기 스테이크, 정식이라 스프와 샐러드가 따라 나왔고 양도 질도 그만하면 수준급이었다. 10월에 생일이 있는 사람이 셋- 백 대장과 나와 박수길 대사로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여 ‘생일 축하합니다’도 함께 불렀다.
시인 김남조 회원이 자신의 나이가 하나 많아졌다고 하기에 어머니 뱃속에 10개월이나 있었으니 태어나면 곧 한 살이라는 것이 과학적 계산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앞으로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처럼 기죽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다.
만일 우리 중에 어느 회원이라도 저녁 끼니를 끓일 쌀이 떨어지면 회원 명단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전화하면 쌀 몇 되박이라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말하여 웃었다.
90이 넘은 회원의 회비는 장수클럽에서 부담하고 다른 회원들은 요 다음 모임 때부터 봉투에 5만원씩 넣어가지고 오라고 했다. 당일 점심값은 명예 회장인 내가 내기로 했다니까 박수가 쏟아졌다.
가을은 깊어가고 인생의 가을도 깊어간다.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마음 든든한 일이다. 예수께서 못난 우리들을 향해 “내가 너희를 친구라 하노니…”라고 말씀하신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다 기죽지 않고 이 시대를 끝까지 용감하게 살아갈 것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사람은 놀기 좋아하는 본성을 타고 난 것 같다. 놀기 좋아 ‘놀이’도 좋아하지만 이 시대는 건전한 놀이가 스포츠다. 자신이 직접 뛸 수 없으니까 선수들이 노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야구에 미치고 축구에 미친다고 한다. 요새는 권투보다 격투가 인기 높은 종목인데 태국에서 시작된 ‘킥 복싱’이 전 세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격투에 출전했다가 얼굴에 유혈이 낭자한 어느 선수에게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왜 이런 위험한 시합에 뛰어듭니까”라고 물으니 선수의 간단명료한 대답은 “돈 때문에”였다.
돈 때문에 여자들도 권투나 격투에 앞 다투어 참여한다. 미국의 한 미모의 격투기 선수는 이 시대의 어떤 모델이나 여배우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들었다.
남성들은 “그 예쁜 얼굴을 가지고 왜?”라고 한탄하지만 돈이 제일이라는 시장경제의 신념이 투철하여 찢어진 얼굴을 몇 바늘 꿰매는 고통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건전한 놀이가 있다. 라스베가스 도박장에 가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윷놀이나 화투치기도 훌륭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의 꽃구경 - 옛 선비들이 꽃그늘에 앉아 한 잔하는 모습도 기막히게 멋지고 아름답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을이면 단풍구경이 있다.
영조 때 부제학(副提學), 형조판서(刑曹判書)를 지낸 조명리가 깊어가는 가을을 이렇게 읊었다.
설악산 가는 길에 개골산 중을 만나
중다려 묻는 말이 단풍이 어떻더냐
이 사이 연하여 서리치니 때 맞았다 하더라
개골산(皆骨山)은 금강산의 별명이다. 이 가을에 금강산 단풍구경 가고 싶은 것이 나만의 소원은 아닐 것이다. 가수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의 구슬픈 가락이 들려온다.
님 가신 강 언덕에 단풍이 물들고
눈물진 두만강에 밤새가 울면
떠나간 내 님이 보고 싶어요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5호 (2015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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