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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만나는 명작 영화(10)] 인도차이나(Indochine)91년 프랑스 작품, 감독 레지스 바르니에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 승인 2015.08.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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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만나는 명작 영화 (10)]

인도차이나(Indochine)
91년 프랑스 작품,  감독 레지스 바르니에
까트린느 드누브, 방상 페레, 린 단 팜

 



글/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영화는 영상과 음향으로 줄거리를 전하면서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그 정보는 영화를 이해하고 주제를 파악하도록 해주는데 그 주제는 드러나 있거나 혹은 은유의 방법으로 감추어져 있기도 하다.
주제를 인지하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으로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감독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해석할 수 도 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프랑스가 지배하던 식민지 인도차이나에서 시작하여, 20년 후 분단된 채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격동기의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얘기를 펼쳐 가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역사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화 '인도차이나' 필자 캡쳐사진.

그러니까 영화가 보였다.

짙은 안개를 헤치고, 장중한 북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안남 왕가의 장례선의 행렬이 나타난다.
검은 상복을 입은 엘리안 드브리스는 비행기 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공주 라란을 딸로 입양했다고 말한다.
자신은 아이가 없고, 구엔왕자 부부와 자신은 떨어질 수 없는 긴밀한 관계였기에, “남자와 여자처럼, 산과 들판, 신과 인간, 인도차이나와 프랑스처럼, 절대로 떼어 놓을 수 없다고 믿고” 그리고 라란의 부모의 땅, 즉 왕자의 영지까지 물려받아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큰 고무농장의 하나를 갖게 된다.
안남왕가의 단절을 계기로 프랑스가 인도차이나의 종주권을 행사한다는 비유이다.  
그리고 라란에게 까미유란 프랑스 이름을 지어주고, 유럽식 자본주의 문화를 주입하면서 프랑스화 해나간다.
그녀의 아버지로 대표되는 프랑스남자들은 현지 여인들을 성적 노리개 정도로 여기고, 안남 주민과 프랑스 해군이 벌인 조정경기장에서 프랑스 제독은 “이들이 프랑스인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해군 중위 장 밥티스트는 강을 순시하다가 규정을 어겼다며 안남나룻배에 불을 질러 태워버리고 “난 규정을 따랐을 뿐이야. 관대함, 인자함은 자네에게 양보하지. 아무도 나를 지배할 수 없어”라며 항의하는 동료에게 소리친다.
그는 프랑스 식민통치의 무자비한 정의를 상징한다.
이른 새벽 머리에 호롱불을 단 노동자들이 고무나무에서 진액을 추출하고, 엘리안은 농장에서 도망치려 했다며 한 노동자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제국주의 프랑스가 인도차이나에서 어떻게 인민을 탄압하고 착취하는지 잘 보여주며, “나는 그들의 주인이다”라고 말하는 엘리안은 바로 프랑스다.
별장으로 찾아온 젊은 장에게 중년의 독신여인 엘리안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당신이 필요해요. 날 보호해줘요”하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가난한 그가 결혼을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된 대부호 엘리안은 그를 멀리한다.
프랑스로 유학 갔던 까미유의 친척 탄은 인도차이나를 위한 데모에 참가했다가 추방당해 돌아오고, 그의 모친은 까미유와 그를 결혼시키려 한다.
축제일. 안남 왕가의 원로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고무공장은 방화로 불길에 휩싸인다.
일꾼들은 불길이 옮겨 붙을까봐 조업을 거부하지만, 엘리안은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서 조업을 독려하고, 프랑스인농장 감독을 냉정하게 해고해 버린다.
호송 중에 도망치던 한 죄수가 마침 프랑스학교에서 하교 하던 까미유를 덮치면서 경찰의 총에 맞고, 함께 쓰러진다. 피투성이가 되어 혼절한 그녀를 발견한 장은 그녀를 구해주고, 다행히 무사했던 까미유는 장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와 결혼하지 못하면 나는 죽을거에요” 까미유에게서 장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고민에 빠진 엘리안은 제독에게 부탁해서 그를 하이퐁으로 전출시킨다.
까미유가 장을 사랑하게 되어, 그녀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엘리안이 자신의 전출을 꾸민 것임을 알게 된 장은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려는 거요. 나를, 까미유를, 당신의 일꾼들처럼, 사람들을 고무나무처럼 여기고” 하며 뺨을 때린다.
그가 전출된 후 까미유는 엘리안을 보려하지 않는다.

   
▲ 영화 '인도차이나' 필자 캡쳐사진.

장은 가장 험한 북부 하롱베이의 용섬으로 전출되고, 까미유는 왕궁으로 돌아가 탄과 전통혼례를 올린 후, 그의 배려로 장을 찾아 나선다.
“나는 정말 무엇보다도 까미유를 사랑했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장을 사랑했고 그에게로 영원히 가버렸어. 처음 사랑을 하면 아무것도 막을 수 없는 거란다. 난 그앨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어. 단지 그애의 조상이 보호해 주길 바랐다”  엘리안은 한 청년에게 까미유가 떠난 얘기를 들려준다.
철도 건설 노역장에서 잔악하게 혹사당하다가 탈출한 사오가족과 함께하게 된 까미유는, 굶주림과 전염병에 시달리는 비참한 인민들을 직접 보면서 그녀의 가슴에 진정한 인도차이나가 자리 잡게 된다.
마침내 일거리를 찾아 용섬에 당도하는데, 그곳은 한 달에 한번 농장에 필요한 인력시장이 서는 곳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온 지원자들은 노예처럼 매매된다.
사오가족은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반항했다가 폭동을 시도했다고 감독관에 의해 형틀에 갇히고, 이를 본 장은 분노를 느끼면서도 참는다.
대기자 속에 섞여 앉아있는 까미유를 발견한 장은 그녀를 데리고 나오는데, 까미유는 린치당해 반죽음이 된 사오가족을 발견하고 “그들은 아무 짓도 안했는데 당신들이 죽였어요”하고 소리치며 날뛰고, 장이 말리는 와중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든 까미유는 프랑스 감독관을 사살한다.
이제 살인자가 된 까미유와 탈영범이 된 장은 작은 정크선을 타고 하롱베이를 빠져나가 자취를 감춘다.  
엘리안은 그들이 무사하기만을 빌고, 구조된 두 사람은 미로를 따라 비밀의 계곡으로 숨어든다.
까미유는 장에게 “자수하세요. 당신을 사면할거에요. 내일 아침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이 없어도 난 이해할거에요” 그러나 장은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엘리안은 경찰국장에게 그녀를 꼭 찾아봐달라고 부탁하고 국장은 그녀가 인도차이나의 잔 다끄가 되었다고 한다.
까미유와 장은 경극을 하는 유랑극단과 함께 북쪽으로 여행하면서 배우역할도 하고. 까미유는 아기를 낳는다.
잇달아 민중반란이 일어나자 경찰국장은 그 배후에 유랑극단이 있음을 간파하고 모두 잡아들이라고 지시하고, 장은 아기와 함께 체포되지만, 까미유는 이를 보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울음을 참고 도피한다.
“네 엄마는 너와 함께 할 시간이 없었단다. 넌 갓난 아기였으니까” 엘리안의 얘기를 듣고 있는 청년은 까미유의 아들 에띠엔이다. 이제 처음부터 보이스 오버로 나온 엘리안의 내레이션은 에띠엔에게 들려주는 얘기임을 관객은 비로소 알게 된다.
호송되던 장은 아기에게 동냥젖을 먹이고 여자들이 기꺼이 젖을 물리면서 이들 얘기는 전설이 되어 전국 곳곳에서 반 프랑스적 연극으로 상연된다.
결국 까미유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엘리안은 그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국장에게 조르지만 거부되고, 아기만이 그녀에게 인도되어 양육된다.
하루 동안 풀려난 장은 엘리안을 찾아와 아기를 만나고 아기의 양육을 부탁한다. “까미유는 아주 강해졌소. 다시 만나게 될거요”
하룻밤 아들과 지내라고 사이공의 별장으로 장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찾아간 엘리안은 자살을 위장한 채 살해당한 장을 발견한다. 한때 프랑스의 정의였으나 제국을 배반한 그를 당국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 영화 '인도차이나' 필자 캡쳐사진.

5년 후 사면되어 석방되는 까미유를 수용소로 찾아간 엘리안은 그녀를 부둥켜안으며 “나의 아가. 네가 죽을까봐 정말 걱정했다. 집도 땅도 모든 재산이 다 네 것이란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공산주의 공주(Red Princess)라고 불리는 까미유는 “난 돌아가지 않아요. 난 과거를 모두 잊었어요. 안 그랬다면 슬픔 때문에 죽었을 거예요.
내 아이가 내가 겪은 고통을 모른 채 행복했으면 해요. 프랑스로 가세요. 그앨 데려가세요. 엄마의 인도차이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죽었어요”하며 그녀를 떠난다.
이제 모든 일꾼들이 떠난 고무농장을 팔고 에티엔만 데리고 엘리안은 프랑스로 돌아간다.
제네바 호수 유람선 선상에서 엘리안은 “내일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영원히 잃게 된다. 인도차이나 대표단 중에는 네 어머니 까미유도 있다. 만나보겠니?” 묻는다.
“어머닌요?” 에티엔의 물음에 “아니” 답한다.
그리고 돌아온 에티엔에게 “만나봤니?”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난 인도차이나 여인에게 엄마하고 외치며 달려가는 나를 상상하면서, 그들 중 한사람이 에티엔 내 아들아 하고 소리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다렸어요. 오랫동안.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왔죠. 당신이 제 엄마에요”
엘리안은 호수를 바라보며 관객을 등지고 선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음날 제네바협정이 맺어져, 내전을 끝내고 분할된 두 개의 나라가 성립되어 이후 베트남이라 불리게 된다.
100년간 인도차이나를 식민지배한 제국주의 프랑스는 엘리안이 란란을 까미유라 부르며 사랑한 것처럼 정말 사랑했고,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착취하고 탄압했다.
그러나 아들마저 버리고 엘리안을 떠나는 까미유로 상징되는 인도차이나 인민들은 더 이상 프랑스인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기어코 조국을 프랑스로부터 해방시킨다.
그토록 사랑했던 인도차이나를 잃은 프랑스는 엘리안처럼 다시는 까미유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르니에 감독은, 유성기에 부채질하도록 현지인들을 부리면서 군림하는 잔악한 제국주의 프랑스인들과 무능한 안남왕실, 그리고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노예처럼 팔려가는 인민들을 대비시키며 왜 공산주의가 인도차이나에서 득세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소이연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경관을 세상에 알렸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2호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teuss@econotalking.kr

<저작권자 © 경제풍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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