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7년형, 땅콩회항 집행유예

▲ 항소심 법원이 이른바 ‘ 동양 사 태’ 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게 감형을 선고했다. <사진=동양그룹 홈페이지>

항소심 감형 찬반논란
'유전무죄’ 시시비비
현재현 회장 7년형, 땅콩회항 집행유예
벤처신화 팬택 청산, 금호아시아나 부활

경영실패나 기업비리에 관한 형벌이 가혹하여 기업인들을 전과자로 내모는 과잉 범죄화가 지적되고 경제치사(經濟致死), 사법치사(司法致死)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에 재벌오너나 CEO의 횡령 배임죄 판결이 아직도 ‘유전무죄’ 격이라는 항변도 이어진다. 이 같은 여러 측면에서 경제계의 표정이 매우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현회장 항소심 7년형에 피해자들 항변

동양그룹 현재현(玄在賢) 회장에 대한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관련 재판이 1심 12년형에서 항소심 7년형으로 감형되자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강력 항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 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 및 회사채 관련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 3천억원의 피해를 주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1차 구조조정의 실패로 부도가 예상된 시점을 2013년 8월로 보고 그 이전에 발행한 CP와 회사채 관련 사기혐의는 인정치 않았다. 이에 따라 현 회장에게 적용된 유죄 피해규모도 1,708억원으로 줄어 감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도 1심 5년형에서 항소심 2.6년과 집행유예, 동양인터내셔널 이상화 전 대표도 3.6년형에서 3년형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됐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방청석의 피해자들은 ‘유전무죄’ 판결이 아니냐고 항변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형판결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는 보도이다. 이들 피해자들의 입장은 항소심의 감형이 피해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여 더욱 강력 반발한 것이 아니냐고 관측되기도 한다.

땅콩회항 143일만에 석방도 논란

재벌 딸의 폭언 폭행 및 항로변경죄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의 항소심도 일부 비난여론을 몰고 왔다. 조현아 씨는 항소심의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로 구속 143일 만에 석방됐다. 이에 대해 즉각 SNS에 찬반여론이 쏟아지면서 ‘유전무죄’라는 비판이 많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땅콩회항 사건이 승무원에 대한 폭언 폭행은 맞지만 항공보안법상의 항로변경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조현아 씨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했으며 쌍둥이 아기 엄마라는 사실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땅콩회항 사건의 기소 내용으로 보면 유력 재벌 딸이라는 이유로 항로변경죄까지 적용한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언론이 대서특필함으로써 실제 이상으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확대된 측면도 있었다고 보여 진다.
찬반여론 속에 조현아 씨는 항소심 판결을 존중하며 자숙하는 의미로 상고를 포기한다고 변호사를 통해 발표했다. 반면에 검찰은 항로변경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받고자 상고했다.
땅콩회항 사건은 분명 재벌 딸의 특권의식에 의한 월권적 처신으로 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경제활동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부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불효죄라고도 지적할 수 있다. 조 회장은 딸의 나쁜 처신 때문에 국민 앞에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자식교육 잘못시킨 죄를 뉘우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여 주었었다.

역사와 전통의 동양시멘트 인수각축전

동양사태와 관련 오너와 CEO에 대한 유죄판결은 경영판단 오류와 구조조정 실기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항소심이 의도적인 사기행위가 아니라고 해석해도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 사건이니 중형을 면할 수 없었다고 본다.
현 회장의 경영판단 오류와 실패가 동양그룹의 해체를 가져오고 많은 계열사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은 용서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항소심 판결 내용에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어도 불복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동양사태는 오너와 CEO들이 우량자산의 과감한 매각 등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 그룹을 해체시킨 최악의 결과를 낳았지만 사후에나마 계열사들이 경영 정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는 이미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고 동양레저도 곧 정상화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알려졌다.
동양시멘트의 경우 시장 점유율 12.8%로 업계 4위의 명문 시멘트 회사이다. 이 때문에 인수전이 벌어져 한일시멘트(13.6%), 라파즈한라(12.1%) 및 삼표그룹과 유진그룹 등 래미콘업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업계 1위인 쌍용양회(19.8%)를 누르고 새로운 승자로 군림할 수 있기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양시멘트가 팔려가는 것은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사위에게 경영권을 승계시켰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고 망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한다. 다만 오랜 역사와 전통의 동양시멘트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우량기업으로 발전한다면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신화, 팬택의 청산, 슬픈운명

▲ 팬택 사옥. <사진=팬택 홈페이지>

여러 차례 공개매각 작업을 통해 회생하려던 24년 벤처신화의 팬택이 스스로 기업회생절차를 포기하고 청산절차를 밟게 된 경우는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팬택의 법정관리인 이준우 대표는 ‘사죄의 말씀’을 통해 지난 26일자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 8월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모든 구성원이 분골쇄신의 자세로 최선을 다했지만 팬택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법정관리를 종료하면 팬택은 파산절차를 거쳐 벤처신화도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팬택의 1,400여 임직원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500여 협력업체들도 연쇄파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팬택의 실패는 1997년 휴대전화 판매 이후 유동성 악화로 워크아웃을 거쳐 자본이 잠식되어 상장이 폐지되면서 예견됐다. 그 뒤 2010년 말에는 스마트폰 시장 2위로 부상했지만 대기업과의 벅찬 경쟁 속에 두 차례나 워크아웃 끝에 법정관리 하에 매각절차를 밟았지만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팬택은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창업하여 지문인식 등 수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3차례나 공매과정에서 주인을 찾지 못해 청산절차를 밟게 된 것이 아쉽고 서글프다는 소감을 안겨준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3년 만에 되찾았다. <사진=금호아시아나 그룹, 금호고속>

금호아시아나, 그룹모태 인수성공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朴三求)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錦湖高速)을 3년 만에 되찾은 것은 그룹 재건의 밝은 소식이다. 박 회장은 IBK투자증권의 금호고속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48.8%를 4,150억원에 매입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금호고속은 1948년,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광주여객’으로 설립하여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발전했지만 지난 2009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지분 100%가 IBK펀드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다가 금호산업 채권단이 IBK펀드를 금호산업 자산 매매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금호산업에게 금호고속 지분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박삼구 회장이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이제 박 회장은 다음 차례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수순을 밟겠다는 방침이다. 이중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로 이를 인수하는 것이 그룹 재건의 고비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이를 박 회장에게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박 회장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많아 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박성용 회장, 박정구 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여 제2의 창업을 추진하는 의욕을 보여 오다가 동생 박찬구 회장과의 분쟁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번 기울어진 그룹을 재건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영풍토 속에 그룹 모태로부터 핵심 계열사를 차근차근 재인수하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1호 (2015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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