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실패 각오, 그린벨트를 수익화

하남시장의 특례 시범
직을 걸고 혐오시설 유치
김황식 시장, 전국 최대 화장장 건설
재선 실패 각오, 그린벨트를 수익화

정부의 무능(無能)과 무책(無策)이 국민을 실망 시키고 있을 때 ‘가뭄에 콩 나듯’한 지사형 공직자를 만나는 것은 위안이다. 비록 시민에게 ‘맞아 죽더라도’ 온갖 혐오시설을 유치하여 낙후지역을 발전시켜 대한민국의 모델이 되겠다는 경기도 하남시 김황식(金晃植) 시장의 ‘역발상 구상’이 민선 지자체장들에 대한 실망감을 씻게 해주는 감동이다.

시장직을 걸고 역발상 구상

▲ 경기도 하남시 김황식 시장

신문에 보도된 김황식 시장의 지역사랑 충정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곰곰이 생각해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시장직을 내걸고’ 모든 지자체가 거부하는 혐오시설들을 유치하겠으니 경기도와 서울시가 도와달라고 했다.
이는 민선시장으로서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를 각오하고 지역발전에 몸을 던지겠다는 결단이니 정부의 무능, 무책에 실망하고 있는 국민에게 감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 시장은 하남시 면적 93㎢의 92.8%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사실에 주목하여 역발상하게 됐노라고 한다. 그린벨트를 보존하면서 이를 활용하여 지역발전과 주민 소득향상을 위해 국내 최대 화장장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시장은 가평군이 1천200억 원의 발전기금이 약속된 종합장례시설 유치를 포기하자 경기도에 하남시가 이를 유치할 테니 2천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음식물 쓰레기장도 운영권을 하남시가 갖는 조건으로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경기도와 서울시가 지하철 5호선을 하남시까지 6.9㎞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남시는 김 시장의 ‘역발상 구상’을 구체화하여 1조1천억 원 규모의 각종 개발 계획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벨트에 묶여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지역 숙원사업을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니 실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린벨트를 수익원으로 활용

김 시장은 예상했던 대로 혹독한 비판과 듣기 거북한 악담으로 ‘맞아 죽을 지경’이 됐다. 그렇지만 김 시장은 확고한 소신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화장장이나 쓰레기 처리장을 유치하면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민선시장이 주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 유치에 앞장 서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흥분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춰보면 반대투쟁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김 시장은 반대투쟁 쪽이 삭발을 하면 자신도 삭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시장은 이미 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지역개발 방안을 검토했었다고 한다. 전국적인 파장을 몰고 왔던 전남 부안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선언과 실패 사례를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는 전국 NGO들이 몰려들어 반대운동을 부채질할 때 일부 주민들의 집단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끝내 방폐장 유치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김 시장은 이 같은 악례를 거울삼아 미리 장례장과 음식물 쓰레기장 후보지로 주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린벨트 지역을 물색해 놨다.
그린벨트를 그냥 두고 지역개발이 안 된다고 한탄만 해봐야 누가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그린벨트를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혐오시설 유치가 아니냐.
이 같은 하남시의 역발상 구상의 승패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승패와 상관없이 민선시장이 죽기를 각오하고 혐오시설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그 충정은 높이 평가해야만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방폐장을 로또복권으로 판단

지방자치 실시 이후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혐오시설 기피증은 꼴불견이다. 자기네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장 수요와 쓰레기를 자기 고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행태를 주민자치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고 있으니 꼴불견을 넘어 직무유기다.
민선 단체장은 차기 선거를 위해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코자 노력하지 않는다. 하남시 김황식 시장이 이 같은 관행과 금기에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점에서 전국의 민선 단체장에게 반성할 시범을 보였다고 평가된다.
부안군수 김종규(#金宗奎) 씨는 자신이 출생한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여 부안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다 실패한 경우이다. 김 군수는 정부가 오랫동안 고심해 온 방폐장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이 ‘자립형 지자체’로 우뚝 서는 로또복권이라고 판단했다. 중앙정부의 국책사업과 부속사업들을 감안하면 무려 2조 원의 황금복권이나 다름없었다.
김 군수의 방폐장 유치 방침에 노무현 대통령마저 용기를 치하하고 적극 성원을 공개 약속하고 산자부 장관 등 정부 차원에서 현지 공약도 했다. 그런데도 외부의 입김과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자 대통령도 장관도 쳐다보지 않았다.
김 군수는 지역민들에게 신망이 높은 내소사 큰스님을 만나러 갔다가 흥분한 반대 주민들의 집단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갈비뼈가 상하고 콧대가 함몰되는 중상으로 1개월이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 뒤 김 군수는 방폐장 유치에도 실패하고 4기 군수선거에서도 낙선하고 말았으니 세상민심이 야속한 지경이다. 최근에 만난 김종규 씨는 “여러 가지 공부하며 세상을 익히고 있다”는 말로 방폐장 악몽을 잊고 싶은 심정을 내비쳤다.

전국의 전업 시위꾼들 부안 집결

김 군수가 방폐장 유치를 결심할 때 상당수 시민단체들도 호응하고 군의회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었다. 참여정부로서도 김 군수의 결단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나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조직적인 반대 분위기가 조성되어 김 군수를 매도하자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마저 그를 버렸다.
김 군수는 당시 TV 화면에서 본 전국적 시위꾼이 몽땅 부안으로 집결했었다고 회고한다. 막무가내식 얼굴, 죽기살기식 반대 얼굴, 수염 기른 얼굴 등등 아무도 당할 재간이 없는 전업 시위꾼들 앞에 패배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 무렵 김 군수는 TV토론에서 주민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반대 분위기가 지배하던 이때 “법이 없어 주민 투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뒤 지난해 11월, 정부는 주민 투표를 거쳐 경주시를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라는 자부심을 접고 절대적인 찬성으로 이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경주시는 지금 특별지역발전금 3천억 원을 일시불로 받고 한수원 본사 이전 및 양성자 가속기 사업 등 후속 프로젝트 등으로 획기적인 지역개발 꿈에 부풀어 있으니 부안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치성향 반대투쟁 무섭다

전국 지자체가 반대투쟁을 사명으로 내세우는 숱한 단체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객관적이다. 환경, 노동, 종교관계 단체들의 반대가 무섭고 정치성향의 친북단체들의 반미 관련 반대투쟁은 너무나 격렬하다.
미군기지, 미사일기지, 사격장 등의 반대는 친북 반미성향이니 지자체의 설득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전교조와 민노총의 반대도 정치투쟁 성향이라 지자체의 설득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다.
법외단체인 전공노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못 들은 척하며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정치투쟁을 벌이다가 끝내 강제로 사무실을 폐쇄 당한 사례와 같이 민선 지자체장이 소신과 의욕을 가지고도 반대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공약이 지자체 관련 국책사업을 어렵게 만든 악례도 많았다. 새만금 댐 간척사업을 비롯하여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터널 등과 관련된 환경 NGO와 불교계의 극성 반대는 대선공약이 빌미를 제공했었다.
이렇게 짚어보면 민선 단체장에게 소신만을 강조하기가 어렵다고 이해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방폐장 유치를 비롯하여 쓰레기 처리장, 화장장 등 세칭 혐오시설을 기피하려는 지역민심을 불가항력이라고만 덮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기네 고장의 혐오시설 수요는 타지방으로 떠넘기고 중앙정부 지원 받아 지역개발 하겠다는 일방적 지역 이기주의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인가.

재선 포기하고 투명, 정대하면…

비단 하남시장의 경우가 아니라도 많은 단체장들이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개발을 위해 끝없이 고뇌하고 번민에 젖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단체장의 결심만으로 현안문제를 해결하기란 너무나 어렵다고 이해된다. 그렇지만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를 누가 앞장서서 타파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주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지자체장이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민선의 속성상 차기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재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로 투명, 정대하게 현안문제 해결에 몸을 던지게 되면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하남시 김황식 시장의 결단과 비록 실패했지만 전 국민을 감동시킨 부안군 김종규 전 군수의 과감한 도전을 교훈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화장장은 혐오시설이라 단정하며 기피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들 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음식물 쓰레기를 생산하고 화장 수요를 유발하는 당사자이다. 따라서 이들 기피시설을 거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 아니라 협의하고 토론할 사항인 것이다.
민선 단체장들이 이 같은 논리를 배경으로 사심 없이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설 경우 결코 두려워 할 것 없고 재선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88호(200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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