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雙春)의 달 2월

글/ 장홍열(한국기업평가원 회장)

쌍춘의 의미

금년 2월은 음력기준으로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을 한해(一年)에 두 번 맞이하는 쌍춘의 달이다.
지난해 2014년 설 명절(1월31일)부터 올해 설 전날(2월18일) 사이에 입춘(2월4일)을 두 번 맞게 되어 쌍춘이라고 한다. 이때 결혼하는 부부에게는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는 행운의 길일(吉日)이라고 하는 속설(俗說)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일찍부터 우리 동양은 한자권(漢字圈) 사회이다. 모든 일상의 언어생활이 한자에 본바탕을 두고 체계화 되어 한자를 모르면 생활자체가 무의미(無意味)하고 재미없음을 실감한다.
본래 우리말에 쌍춘이란 없다.
역학(曆學), 점술학(占述學), 풍수학(風水學)을 하는 사람들이 별도의 의미를 부여해 오면서 즐기고 있다.
앞으로 2년 후인 2017 정유년(丁酉年) 2월 4일 입춘이 음력 1월 8일과 같은 해 음력 12월 19일과 겹치게 되어 또 쌍춘이 된다.
쌍춘이 되는 해는 윤달(閏月)이 온다는 것도 꼭 기억해 두면 된다. 윤달이나 윤일(閏日)이 드는 해를 윤년(閏年)이라고 한다.
천문역학자(天文曆學者)들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정확하게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소요된다고 한다. 양력에서는 4년마다 한번씩 2월 29일이 되고 음력에서는 5년에 두 번씩 1년을 13개월로 달이 바뀐다고 한다.
우리가 음력절기(陰曆節期)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도 아무리 세상이 개명되고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있어도 조상전래의 오래된 각종 민속명절이 풍습과 풍속에 연루되어 우리들 정신세계가 알게 모르게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목구멍이 포도청(捕盜廳)

진정한 의미의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가 2월 19일 설날부터 시작된다.
양(羊)이라는 동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사람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오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으며 신앙생활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양하면 속죄(贖罪), 정직과 정의, 평화와 안락, 착함(善), 의로움(義), 아름다움(美)을 상징한다.
때마침 지난 연말부터 개봉된 국제시장이라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實錄)성 영화 한편이 시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 한편이 오늘을 살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해서는 안 될 짓이나 체면에 어긋나는 일까지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적시하고 있다.
오직 살기위해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여러 군상(群像)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수치스러움을 알지만 가난 때문에 먹지 않으면 죽을 지경이 되어 살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게 된다.
이 영화는 1950년 6.25 북한군의 남침 때 북진통일을 앞둔 시점에서 중공군의 개입으로 부득이 후퇴하게 되는 세계전사에 길이 남게 된 미군의 흥남철수작전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한 젊은이의 일생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시대상을 압축한 것이다.

아버지 눈물

아버지 눈물하면 마침 50대 여류시인 이채가 쓴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모두가 7연이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와 닿는 시 구절 2연을 옮겨 본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여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각자 자기취향과 자기가 살아온 방법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식대로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에 말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름대로 세대 간 장벽을 허물어주어 뜻 있고 생각이 깊은 젊은이들이라면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직접 체험한 전쟁의 비참함,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 독일광부, 간호사 파견, 베트남 전쟁의 참전과 기술자 파견, 이산가족 상봉 등 굴곡 많은 현대사의 주요사건들이 세대별 관객들에게 나름대로 뜻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대별 관객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관객 스스로가 자기 설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탓하고 스스로 슬픔에 빠지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눈물의 깊은 뜻을 또 한 번 헤아려 본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6호 (2015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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