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명예, 경주 LPGA 성공 만족

한국을 빛낸 여성 골퍼 예찬
골프회장 토종식 은퇴
이동찬 명예, 경주 LPGA 성공 만족
바둑, 그림 심취, 미수전 3년 계획

코오롱그룹 이동찬(李東燦) 명예회장이 오랜만에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있은 국제골프대회에 건강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모든 공직활동에 발을 끊고 평생의 취미인 그림, 낚시 및 바둑 등으로 소일 했었다.
이 명예회장이 LPGA 투어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장에 나타나자 모두가 오랫동안 대한골프협회장으로 세계적 명성의 여성 골퍼들을 길러 낸 노 회장의 공적을 칭송했다.
은퇴한 전직 유공자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우리사회의 성숙을 말 해주기 때문이다.

경주대회 성공 기분 좋아요

이 명예회장은 대회가 끝난 후 “모처럼 경주에서 열린 국제대회가 걱정되어 현지로 내려

▲ 취미 생활에만 몰두하는 토종식 은퇴 삶의 이동찬 명예회장

갔었는데 예상 외로 성공적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경주의 날씨가 좋고 그린의 풍경도 좋아 갤러리들도 많이 모였었다. 이 명예회장은 제주도가 아닌 천년 고도 경주에서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성공한 것은 세계적 유명 선수들이 많이 참가하기도 했지만 모처럼 영남권에 유치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고 풀이한다.
이 명예는 은퇴 후 골프와도 거리를 두고 취미생활에만 몰두 했었다. 그러나 모처럼의 경주대회가 어찌될까 궁금하여 평상복으로 내려갔다가 뜻밖에도 대회장 역할 대행을 해야만 했다.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이 캐나다의 거래선과 ‘중요한 시간’을 갖느라고 참석하지 못하여 명예회장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서울로 연락하여 정장을 가져와 옷을 갈아입고 대회장 대행 역할을 했었다면서 기념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여성 골퍼 스타 귀엽고 자랑스러워

이 명예는 국내 골프계를 빛낸 여성 골퍼 스타들이 어찌나 고마운지 만찬이라도 베풀고자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출전 준비하고 시합에 나가는 시간이 각각 달라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우 틈을 모아 기념촬영이나 할 수 있었다. KTF 김미현, CJ 박세리, 나이키 골프 박지은 그리고 안시현 선수 등과 찍은 사진 속에서 이 명예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명예는 이들 여성 골퍼들이 너무나 반갑고 예쁘기 짝이 없다고 자랑한다. 경주대회를 빛내줬을 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골프계 위상을 한껏 높여주고 있지 않느냐는 뜻이다.
이 명예는 기분이 좋아 자신이 직접 오대산 장전계곡에서 낚은 피라미 튀김을 준비하여 여성 골퍼들에게 줬는데 입에 맞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더라고 했다. 오대산 계곡에서 낚은 피라미는 너무 청결하기에 현장에서 간단히 손질하여 냉동 운반했었다고 한다.
이 명예는 비록 은퇴했지만 평소 보도를 통해 이들 여성 골퍼들이 LPGA 무대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늘 자랑스럽게 지켜보는 것이 흐뭇하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재능이 남성보다 뛰어난 것 같다고 예찬한다.

경영문제와는 담 쌓고 지내

이미 경영계에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 명예는 은퇴 후 어떤 명목으로도 경영을 간섭하지 않는다. 또 명예직으로 장기간 봉사한 한국경영자총협회나 대한골프협회 등 모든 공직관련 행사에도 얼굴을 내지 않는다. 전직 회장이 고문이나 명예직이라는 명분으로도 현역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명예 특유의 소신이다.
과천에 터를 잡은 코오롱그룹 건물 가까이에 가는 것마저 금기로 여긴다. 아들 이웅렬 회장에게 책임을 맡긴 이상 명예회장이 들락거리면 이런저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청와대 입구에 있는 코오롱빌딩에 별도 사무실을 두고 요일별로 바둑과 그림 그리기 또는 주말 낚시 등으로 경영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
과천에서는 이따금씩 보고를 하겠다는 연락이 오지만 이 명예는 “올 것 없다”고 물리친다. 다만 비서부장이 1주일에 한두 번씩 과천회의에 참석하여 귀동냥 해오는 것이 있으니 돌아가는 형세는 알 수가 있다.
코오롱 구미공장의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을 때도 의도적으로 모른척했다. 장수 경총회장 출신으로 노사문제에 관한 해박한 전문 식견이 풍부하지만 일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새 노조지도부에 의해 악성분쟁이 해결되어 노사간에 새로운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일부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 명예는 “저희들이 잘 해결할 것이니 내가 알아서 뭘 하겠느냐”고 남의 집안 문제 처럼 손을 내젓는다.

모처럼 훈수 받아주니 고맙더라

이 명예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12월이면 하와이로 피한(避寒)요양을 떠나 월동한다. 올해도 12월 6일에 출국하여 새해 3월에 귀국할 일정을 미리 잡아 놓고 있다. 올해는 코오롱 캘린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다. 매년 그릴 수는 없고 3년마다 작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도 자연풍경 사진과 그림 그리기가 취미이다. 지난해 겨울을 하와이에서 보낸 후 건강이 매우 좋아졌다. 혈색이 좋아지고 목소리에 힘이 솟으니 은퇴한 원로들의 피한요양이 분명 건강에 좋다고 믿어진다.
이 명예는 올해 모처럼 그룹경영과 관련 한차례 훈수(訓手)했었다고 소개한다. 과천에는 일체 접근도 하지 않았지만 피한요양을 다녀와서 보니 회장실 측근인 경영전략실 멤버들이 필요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경영전략실은 회장의 보좌역이자 두뇌이니 참모 기능만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해 줬다.
이 명예는 이 같은 훈수를 순순히 받아주니 고맙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사장단 규모가 너무 많으니 5~6명의 별도 회의체를 구성,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지적했더니 금방 5인회를 구성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명예는 5인회 구성멤버도 잘 기억하지 못하여 전화로 비서진에게 “누구누구더라”고 확인하더니 “민경조 사장도 포함 됐구나”라고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 명예는 민 사장과 배영호 사장 등은 직접 현역시절에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북핵 사태 물어볼 것 없어

이 명예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무거운 국가과제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물자와 돈 지원해 준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임은 물론이다.
386간첩단 사건이나 노 정부의 코드인사도 신문을 읽고 알고 있지만 “할 말이 없다”고 대답한다. 간첩을 잡아 수사하고 있을 때 국정원장이 바뀐 것이나 여론이 반대하는 코드인사를 고집하는 처사를 산전수전 다 체험한 은퇴세대들이 동의할 까닭이 없다.
이 명예는 눈에 익은 ‘조·동·중’ 신문 읽고 월간 경제풍월과 한국논단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은퇴세대가 국정에 관해 말하면 ‘치매’라고 반박하지 않겠느냐며 웃고 만다.
북핵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한국인이다. 북은 미국과 겨룬다고 하지만 북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미국 본토에 날아가기 보다 남한에 떨어지게 되어있다. 이를 두고 친북 좌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민족공조’를 외치고 있으니 1970년대를 땀으로 살아온 은퇴세대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솔직 담백한 성품의 이 명예는 국가와 국민이 따로따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 오늘의 사태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3년 계획 미수전 준비 중

이 명예는 순 토종식 채취를 풍긴다. 꾸밈없는 언행에서부터 바둑과 그림, 낚시와 등산 등 취미생활도 토종식이다.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은 조그마한 면담실 외에는 화실(畵室)이다. 몇 해 전 전시회를 가진 바 있지만 지금은 3년 계획으로 미수전(米壽展)을 준비 중에 있다. 평소 산수화에 심취했었지만 요즘에는 꽃과 소나무에 깊이 빠져있다. 소나무 예찬이 끝이 없다. 토종 소나무를 대한민국 나무라고 여긴다.
사계절 풍상을 이기고도 늘 푸른 자태를 보이는 소나무의 기상처럼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세대가 꿋꿋하게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기를 기원하는 심정일 것이다. 올해 여든넷의 이 명예가 건강하게 취미생활을 누리면서 1년에 한마디씩 이나마 현역에게 귀중한 훈수를 둬주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88호(200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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