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 죽을 맛, 항공·해운업 살맛 고유가 대응 태양광사업 등 진로고심

휘발유값 인하기대
저유가도 빛과 그림자
정유업체 죽을 맛, 항공·해운업 살맛
고유가 대응 태양광사업 등 진로고심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져 저유가시대로 접어들었다니 반가운 소식 아닌가. 1973년 오일쇼크를 취재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저유가는 한국경제에 복음이다. 첨단산업시대이지만 우리경제의 성장 주력분야가 아직도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저유가는 곧 생산원가 경쟁력 강화로 인식되니 2015년 새해경제 활성화 기대요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휘발유 값 인하기대에도 그림자

저유가시대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는 원초적으로 밝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항공 해운업 등이 우선 반길 것이고 석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최근 한국 제조업이 안팎요인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죽을 맛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이들 제조업이나 해운업 등을 생각하기에 앞서 휘발유 값이 내리게 되면 주유소 갈 길이 가벼워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먼저이다. 그렇지만 웬일인지 아직껏 휘발유 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으니 이상하다.

정유산업들이 거의 죽을 지경이라고 들린다. 국내 소비는 멎어 있고 정제마진은 떨어지고 영업적자는 쌓이는데 지속적인 원유가 하락은 엄청난 재고적자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또한 고유가시대에 대응하여 투자해온 태양광사업을 비롯한 그린 에너지 분야도 저유가가 직격탄이라고 지적된다.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경제에 복음만 가져다 줄 것으로 미리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다. 지속적인 유가하락에도 빛과 그림자가 동반된다는 사실을 듣고 보니 급작스런 변동에는 각가지 충돌이 작용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사우디간 석유전쟁 파장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석유전쟁이라는 지적이 있다. 석유출국기구(OPEC)가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미국의 셰일가스 붐을 꺾기 위한 선전포고라고 들었다.

셰일가스 개발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선이라 한다. 새해 국제유가가 이 수준까지 떨어지면 셰일 에너지 기업들은 죽고 말 것이라는 가상도 있다. 그렇다면 셰일가스가 죽고 나면 OPEC가 값을 올리게 되지 않겠는가. 어쩌면 미국과 사우디 간의 석유전쟁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다각적인 충격을 미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1973년도의 세계적 오일쇼크는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중동전쟁이 요인이었다. 당시 배럴당 2달러 선이던 원유 값이 두 자리 수로 폭등하여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그러니까 오일쇼크란 단순한 원유수급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아랍 간 정치외교전의 산물이었다고 회고된다.

또한 저유가시대가 세계경제에 여러 형태의 영향을 미치지만 러시아와 이란 등의 강성 외교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국가 지도력에 대한 응징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해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하락할는지 우리로서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처럼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유가와 저유가의 왕복기간에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내 정유4사 재고손실 등 울상

국내산업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은 단연 정유업계로 알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내수부진에다 정제마진 축소로 정유사업 부문이 한계를 맞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여기에 지속적인 유가하락으로 정제마진은 더욱 줄어들고 엄청난 재고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 송년회 행사마저 취소했다고 보도됐다. 새해 들어 정유사들은 배럴당 60달러 선이면 기존의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인력구조마저 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예측이 나온다.

▲ 지속적인 유가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내 정유 4사.

국내 정유산업이 당초 내수산업으로 발전해 왔지만 제품수출을 통해 수출산업화 했노라고 자부해왔다. 연간 석유제품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을 제치고 수출순위 제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유부문 매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 정유부문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비 정유부문마저 매출 이익률이 하락추세라고 한다.

정유산업이 내수산업으로 떼돈 버는 시절은 지나고 주유소들도 영업이 안 돼 폐업이 속출하는 시절임은 사실이다. 국내 제조업 평균 이익률에 비해 정유산업이 형편없이 낮아진 시기에 다시 끝없는 저유가시대에 재고손실을 떠안게 됐다면 분명 죽을 맛이 틀림없다.

대규모 투자 진행중에 중국과 벅찬 경쟁

국내 정유 4개사는 대규모 고도화사업과 비 정유부문에 대한 투자가 진행 중일 때 저유가 충격을 받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신규 PX(파라자일렌) 및 윤활유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면서 저유가를 맞았다. OPEC이 셰일가스 개발을 사멸시킬 때까지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으니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GS칼텍스는 원유 및 제품 부두건설, 방향족 공장건설 및 일본과 합작으로 여수에 100만 톤 규모의 PX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GS에너지는 LNG 터미널을 건설하고 GS글로벌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oiL은 최고급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고 자동차, 가전, IT 등 소재 제조업에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울산 신항 공유수면 매립지에 유조선 접안부두와 저유탱크 터미널을 준공했다. 또 윤활기유 및 BTX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이들 정유사들은 대규모 투자와 저유가 충격을 흡수하면서 중국과 원가 및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시기이다. 이미 정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시장지배력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로서는 수출과 내수 양면에서 고유가와 저유가의 압박을 번갈아 겪고 있노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태양광사업 흑자기대에 다시 저유가

고유가시대에 대응하여 투자해온 태양광사업이 저유가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과 OCI의 폴리실리콘사업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지적된다.

▲ 고유가시대에 대응하여 투자해온 태양광사업이 저유가에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태양광사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오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어 적자터널을 벗어났노라고 관측됐다. 이 때문에 삼성이나 LG 등이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할 때 2조원을 투자한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이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됐다. 한화는 시장전망이 불확실할 때 중국과 독일의 태양광 회사들을 인수하여 수직 계열화 했다.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한화솔라원의 잉곳·웨이퍼, 한화큐셀의 셀·모듈·발전시스템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김승연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시기에도 태양광사업만은 장남 김동관 실장이 대신하여 투자를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김 회장이 오랜만에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저유가로 다시 태양광사업의 전망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더구나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삼성토탈의 경우 알뜰주유소 1,000곳을 보유하여 옛 정유산업에 복귀하게 됐다고 평가됐지만 저유가시대를 맞아 오히려 무거운 짐을 인수한 셈이 아닐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국제유가는 석유전쟁의 향방에 따라 다시 변동할 수 있기에 낙담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유가변동 따라 빛과 그림자가 동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선제적 지혜를 동원할 것을 기대한다. 지난 70년대 그토록 무서웠던 세계적인 오일쇼크도 우리나라가 가장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성공사례를 남겼다는 사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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