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하에 임금투쟁, 정규직의 ‘신선놀음’

적자하에 임금투쟁
정규직의 ‘신선놀음’

국내최고 ‘귀족노조’ 파업해야 하나
노동시장 개혁 ‘골든타임’ 살려내야

우리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져있을 때 적자기업 노조의 파업을 어떻게 봐야 할까. 특히 ‘귀족노조’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월급 올려달라고 투정부리는 꼴을 뭐라고 해야 할까.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창사 이래 첫 적자하에 임금투쟁

2014년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에 발목이 잡혀 자학과 낙망에 젖어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 놓쳤다고 한탄된다. 제조업의 가동률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대기업들의 매출액과 이익률도 대폭 감소했다.

조선업의 경우 글로벌 조선경기의 장기 침체로 세계 최대 최고인 현대중공업이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가 쌓인 시점에 노조가 파업을 결행했으니 사람들이 “세상모르고 배부른 투쟁놀음이냐”고 물었다.

회사는 해병대 출신의 권오갑 사장을 발탁하여 임원급 인사 30%를 감원하고 적자요인들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장이 출근길의 근로자들과 악수하고 사내 식당에서 만나 자신은 “회사에 이익이 날 때까지 월급을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에 노조는 임금 6.5%, 성과급 250% 인상 등 임단협 조건을 내세워 끝내 부분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 평균연봉 7,2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만 연간 700억원으로 어느 직장에 비해서도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단지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 1억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파업까지 간 것으로 보도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로서는 아무런 의식 없이 “왜 우리가 현대차 보다 못하냐”고 반발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네가 보기에는 가당치 않은 떼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핀잔하고 싶은 심정이다.

수빅조선소 성공사례를 어찌 볼까

회사가 망하든 말든 적자 하에 월급을 더 받아야 한다는 배짱이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조선업의 글로벌 불황과 자동차산업의 호황과 상관없이 동등한 수준의 월급을 요구하는 억지를 누가 무슨 수로 들어줄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고임금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성공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각 언론사들이 수빅조선소의 현지를 취재하여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악성파업을 견디다 못해 필리핀으로 탈출하여 조선불황과 관계없이 선박수주와 건조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요지다.

수빅조선소의 성공요소는 값싼 현지 근로자들과 무노조 무분규의 노사관계가 바탕이었다. 한진중공업의 투자를 유치한 필리핀 정부는 조선소 부지확보에서부터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까지 지극정성으로 뒷받침했다. 각종 세제혜택과 규제개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해 줌으로써 회사는 가동 5년 만에 선박 100척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수빅조선소의 성공사례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이 어떻게 생각할는지 궁금하다. 사측으로서는 무노조 무분규 경영환경이 꿈의 천국으로 보일 것이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자신들보다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저임금으로 2교대 24시간 근로하는 현지 근로자들을 조롱하지는 않을까.

과연 저임금에도 부지런히 선박을 건조하는 수빅조선소 근로자들을 언제까지 조롱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만을 자부하며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귀족노조가 조롱당하는 날은 다가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자들과 정책간담회를 통해 ‘정규직의 과보호’를 바로 잡는 노동시장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지금처럼 정치적, 사회적 배경 하에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화되어 있으면 기업이 겁이 나서 신규채용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경영계에서 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정년 60세 연장에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는 신규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도 각종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 골든타임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특히 규제개혁과 관련하여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규제, 기술개발 저해하는 규제의 경우 그 존재이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단두대’에 올려 일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즉각 반발한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노동계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당연한 기득권으로 착각하고 어떤 경우에도 집단시위를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에는 언제나 정치적으로 친노동 일변도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뒷받침해 주리라고 믿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경환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지적에 대해 비정규직 보호수준을 끌어올릴 것이지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만들어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추진하려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야당의 논평을 노동계가 흡족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노동법 파동’과 IMF 외환위기 교훈

노동시장의 개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으로 인식된다. 기본적으로 노동권과 경영권 사이는 대립적인 관계이지만 6.29선언 이후 노동권이 거리투쟁으로 나온 이후 친노동 위주의 각종 규제법이 양산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에 의한 정리해고마저 법정다툼으로 비화되고 친노동 판결로 결말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일시 경제주권을 상실했던 IMF 외환위기의 비참한 경험이 바로 노동시장 개혁실패로부터 연유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로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됐지만 노동관계법 개정에 실패함으로써 IMF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외환위기 징비록’(정덕구, 2008.6.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위기의 소리는 곳곳에서 들렸지만 정치상황 등으로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 가장 절박했던 상황이 96년 말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관계법 개정의 무산이었다. 곧이어 97년 초 한보철강 사태에서 기아자동차 부도유예까지 걷잡을 수 없는 극한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무렵 레임덕 시기의 김영삼 정부는 미적거리다가 결국 IMF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했으니 일종의 국치(國恥)로 묘사됐다. 정덕구 차관은 당시 IMF와의 협상은 패잔병의 설움과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협상타결 마지막 순간에 IMF의 캉드쉬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이 서명한 합의각서에다 당시 대선후보들의 이행약속 서명을 요구하여 굴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의 서명을 못 믿고 차기 대통령 후보들까지 서명을 강요했으니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이회창, 이인제 후보는 선뜻 서명해주었지만 DJ만은 외환위기 사태의 책임이 YS정부에 있다는 문안을 부속문서에 명기토록 요구한 후 서명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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