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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갑칼럼] 반성할줄 모르는 일본의 지식인들

반성할줄 모르는 일본의 지식인들

   
 

글/황원갑(소설가,역사연구가)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5)가 “우리 일본인들은 가해자라는 생각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의 전과에 대한 책임 회피를 비판했다. 그는 또 “(2차대전) 종전 후에는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돼 버렸다. 잘못한 것은 군벌(軍閥)이며 천황(일왕)도 마음대로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란 말로 일본인의 비양심을 꼬집었다.

일본 문인 가운데 오에 겐자부로가 그에 앞서 반성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26년 만인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겐자부로는 또 지난 7월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헌법에 대한 경외심을 갖지 않는 드문 인간”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 이런 양심적인 문인들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대표적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지난 10월 일본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네덜란드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세계에 퍼지면 큰일”이라며 “급히 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위안부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일본의 위안부문제 실상을 고발하는 학술대회가 미국에서 열렸다. 특히 일본 국적의 미국 대학교수가 이 학술대회를 주도하여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심각성을 미국 학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9월 18일 미국 롱아일랜드주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과 전시회가 개최됐다. 미 동부아시아학과협회와 뉴욕아시아학과연맹, 이 대학 아시아학과가 사흘간 벌인 학술대회였다. 이 대학 데라자와 유키 역사학과 교수, 뉴욕대 김정민 교수 등은 ‘동아시아 지역의 전쟁 잔학행위’란 주제의 발표회에서 위안부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 행사에는 탬플대,메릴랜드대, 웨스트체스터대 등 아시아학과가 설치된 동부지역 각 대학 교수 180여 명이 참석했다.

데라자와 교수는 그동안 위안부 관련 강의를 개설할 정도로 위안부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일본에서 태어나 학부까지 마친 그녀는 1990년대 초 스터디그룹에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출신 학생들한테서 위안부 관련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데라자와 교수는 “위안부란 표현은 피해자가 동조한 것처럼 들려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면서 ‘성노예’ 또는 ‘강간 생존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피해 할머니들이 어떻게 성적 모욕을 당했는지를 많은 사람이 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일본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에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일본에선 아사히신문 오보를 계기로 위안부 부정 움직임이 한층 기세를 올리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역겨운 작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군인이 사람을 납치하듯이 집에 들어가 어린이를 위안부로 삼았다는 기사가 세계에 사실로 받아들여져 (이를) 비난하는 비(碑)가 세워졌다”며 아사히신문이 국제사회에 기사 취소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오노 나나미 같이 세계적인 작가도 결국은 일본제국의 만행을 반성하고 참회할 줄 모르는 일본 지식인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딱하고 한심하다. 일본인들은 어찌하여 자기 나라의 잔악한 전쟁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할 줄 모르는가.

그런가 하면 ‘모방범’ ‘화차’ ‘솔로몬의 위증’ 같은 대중소설로 우리나라에도 독자가 많은 미야베 미유키도 시오노 나나미와 비슷한 사고방식의 일본 지식인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기 나라의 책임은 뒷전에 제쳐두고 자기들이 받은 전쟁 피해만을 강조하고 있다. 미야베의 소설 ‘쓸쓸한 사냥꾼’에 이런 대목이 있다.

- 1945년 3월 10일의 대공습은 불과 두 시간가량 사이에 스미다가와·아라가와·에도가와에 둘러싸인 도쿄의 저지대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8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연히 희생자는 모두 일반 서민들이었고 전쟁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1제곱미터에 세 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한 엄청난 공습을 잔혹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미야베는 전후인 1960년생으로 올해 54세다. 하지만 저명한 작가로서 자기네 나라의 어두운 역사를 모를 리가 없다. 일본이 한국과 만주를 점령하여 무한한 고통을 주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참혹하게 죽인 전쟁범죄를 일으켰다는 역사를 모를 턱이 없다.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미국에게 도발하고, 결국 그 대가로 미군의 대규모 공습폭격에 이어 두 발의 원자폭탄 공격을 당해 무조건 항복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천인공노할 인류사적 죄악은 외면한 채 자기네가 당한 피해만 강조한 것이다.

정부 수뇌부를 포함한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이 모양이니 일본은 언제가 되어야 역사를 바로 보고 인류애의 본질적 양심을 되찾을지 정말 걱정스럽다. 작가에게는 조국이 있지만 그 조국의 잘못된 과거까지 감싸려 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일본이 진정성을 가지고 반성할 때까지 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4호 (2014년 12월호) 기사입니다]

경제풍월  econotalk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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