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협력사, 강덕수 전회장 변호특례, 해운·조선경기 불황타격 대신 해명

횡령·배임죄 중벌시대
‘경영상 범죄’ 선처탄원
STX협력사, 강덕수 전회장 변호특례
해운·조선경기 불황타격 대신 해명

▲ STX조선해양,STX엔진,STX중공업 협력회사 일동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선처를 공개 탄원했다.

재벌 오너들의 경제범죄가 엄중하게 처벌되는 시기 재계의 기상이 울상이다. 횡령 배임죄 노이로제 현상이 깊어진다. 경기 급변시 계열사 구제를 위한 내부지원도 유죄로 처벌된다.

국내외 경영환경 변동으로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빠져 있는데 정치적 사회적 환경은 악화되고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벌오너의 ‘경영상 범죄’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탄원이 특례로 꼽힌다.

죄질·형량 판단도 두 갈래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선처 호소 성명

재벌 오너 관련 횡령 배임죄 피해자들의 얼굴도 두 갈래이다. 한쪽은 피해자들이 집단 시위를 통해 오너 범죄를 중벌로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너 범죄이나 사리사욕이 없었으니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공개 탄원했다.

재판부의 판단도 두 갈래로 시중의 상식과 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다른 경우도 나타난다. 법원이 죄질을 판단하고 형량을 저울질하는 잣대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를 수 있다. 전문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판정하는 법관의 눈이 상식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본다.

더구나 재판부의 판정은 그들의 고유영역인데다가 너무나 엄중하기에 동의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기준 따라 징벌적 형량에다 집행유예 없는 실형으로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일한 횡령 배임이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에 따른 투자자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할 수 있는 모양으로 비친다.

동양그룹과 웅진그룹의 경우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1심 12년형은 법원이 죄질이 나쁘다고 본 중형으로 인식된다. 4만여 투자자들에게 1조3천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면 상식적으로도 중형이다. 법원은 사전에 부도가 예상되는데도 경영지배권 고수를 위해 투자자를 속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훼손시켰다고 엄중히 선고했다.

오너 입장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경영권을 유지해야겠다고 집착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투자자들이 입은 고통을 생각하면 엄벌을 면할 도리가 있는가.
동양그룹에 비해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경우 횡령·배임·사기성 어음 등 유사한 혐의로 기소되어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을 면했다. 재판부는 윤 회장이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기업회생과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했다고 보고 다소 선처하지 않았느냐는 판단이다.

▲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아마도 법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받으면서 기업회생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정상참작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두 그룹과 달리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경우 6년형의 중죄선고를 받았지만 또 다른 화제와 감동을 남긴 특례로 꼽힌다.

협력사와 노조간부의 선처탄원 특례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추앙받다 추락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기소 내용은 무거웠다. 횡령 500억원, 배임 2,000억원, 분식회계 2조원이라는 기소 내용으로 보면 중형감이다. 1심 구형 10년에 선고 6년이면 결코 가볍지 않지만 한편으론 얼마큼 정상참작이 있었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금융기관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었으며 계열사에게도 피해를 준 부분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 선고에 앞서 피해자 집단측이 수많은 탄원서를 통해 선처를 호소하고 이를 공개한 사실이 이례적이자 감동이었다.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 협력회사 일동이 강 전 회장의 선처를 공개 탄원한 내용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협력사들은 조선 기자재와 엔진 등을 그룹에 납품해 왔지만 미국의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로 조선·해운업계가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경영위기를 맞은 결과라고 강 전 회장을 대신하여 해명했다. 또한 강 전 회장이 개인적 치부나 사리사욕 없이 경영해 왔으며 협력사들과는 갑을(甲乙)관계가 아닌 사업 파트너 관계로 동반성장해 왔다고 변호했다.

강 전 회장에 대한 선처호소문에는 각사 임직원과 노조 간부들도 동참했다는 사실이 특기할 일이다. 이들 탄원서에는 강 전 회장이 경영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정관리 대신에 자율협약을 선택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는 강 전 회장이 협력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배려였다는 뜻이다.
강 전 회장은 이 과정에 자신의 지분과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탄원서는 이 같은 배경으로 강 전 회장이 경영상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므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호소했으니 재판부로서도 얼마큼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것이다.

탄원서 내용을 어찌 다 수용할까

법원의 판결에 이 같은 호소와 탄원이 얼마큼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1심 6년형이 ‘가볍다’ ‘무겁다’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지금껏 여러 재판을 통해 탄원서 내용이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삼성가 여인들의 집단 탄원서가 제출되어 집행유예를 기대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삼성가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을 비롯하여 이건희 회장의 부인과 장남 이재용 부회장 등이 심각한 병고의 이재현 회장이 구속형을 더 이상 수형할 건강이 못된다고 애절하게 호소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 4년형을 항소심에서 3년형으로 줄여주었지만 이는 횡령부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형량을 낮춘 것이다.

법원이 탄원서를 판결에 반영토록 하면 어떤 재판인들 형량이 고무줄처럼 늘고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관이 알지 못해 판단의 오류를 가져올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탄원내용을 판결에 반영할 수 없다고 동의한다.

다만 STX그룹 강덕수 전 회장의 경우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자신이 창업한 기업과 협력사들을 살리고자 먼저 희생하는 자세를 보인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특히 경영권이 보장되는 법정관리를 포기하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오너의 희생적 결단임이 협력사들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4호(2014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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