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시장경제 불신, 재벌최고 12년형 중죄

자본시장, 시장경제 불신
재벌최고 12년형 중죄
법원, 동양 현회장 ‘사기성’ 엄중심판
오너 ‘유고’사태 연속, 갈수록 까마득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재벌 오너의 잦은 유고(有故)사태로 재계의 이미지가 개선될 날이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동양그룹 현재현(玄在賢) 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재벌 오너들이 4년형 실형선고를 여러 번 봤지만 12년형은 처음 보는 최고형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특가범’ 중죄

동양그룹 사태는 중형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된 것이 사실이다.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으로 4만여명의 투자자들에게 1조 3천억원의 피해를 입혔으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대상이니 분명 중죄다. ‘사기성’이란 말이 치명적인데다가 피해액 규모가 너무나 엄청나나. 재판부가 자본시장과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고 기업불신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으니 한 점 틀린 말이 아니다. 더구나 사건이 드러난 후 투자자들의 피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노력마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전후 사정은 복잡한 면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관측하기에 대규모 기업범죄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현 회장에게 12년형의 중형을 선고하고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5년,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 3.6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 4년 등 모두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써 기업범죄에 관한 법원의 관용이 사라지고 집행유예나 사면 없는 실형으로 단죄한다는 원칙이 깊어지게 됐다는 소감이다.

후계자 승계방식 잘못 아닌가

동양그룹 사태는 현 회장이 그룹 내부의 보고를 통해 부도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영지배권 고수에 집착하여 일반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판단이니 용서받기 어려운 죄목이다.투자자들에 대한 피해액이 1조원을 넘을뿐만 아니라 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업무 배임에다 횡령혐의마저 기소됐으니 법원으로서도 참작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동양그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분통한 노릇이다. 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李洋球)회장의 중후한 인품을 기억하는 경제기자로서는 경영권 승계의 실패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창업주의 맏사위인 현재현 회장은 전도유망한 법관 출신으로 처가댁 명문기업의 경영을 맡아 투자자들을 눈속임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죽을 각오로 구조조정하여 남은 살길이라도 모색하지 않고 CP와 회사채 눈속임 발행으로 투자자들을 희생시키려고 기도했을까. 현 회장과 동양그룹 경영진들도 나름대로 고뇌와 번민들 거듭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 경제범죄다.

재벌의 창업이 쉽지 않겠지만 수성(守城)도 이에 못지않게 어렵다는 것이 정론이다. 이 때문에 경영학에서는 후계자 양성론을 강조한다. 동양그룹의 경우 아들이 없어 창업주가 2세 경영자를 미리 양성하지 못하여 법관 출신 사위를 후계자로 선택함으로써 실전경험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재벌오너 치죄시절에 ‘사기성’ 감행

동양그룹사태가 많은 재벌 오너들의 횡령 배임죄가 중죄로 다스려지고 있을 때 빚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삼성과 현대차 등 최고재벌 오널들이 기소되어 실형선고 받는 사례를 보면서 충분히 교훈을 배울 수 가 있었다. 특히 지난 정권시절에는 징역형 3~4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기업을 재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집행유예 없는 실형선고에 법정구속 된 사례가 한 두건인가. CJ 이재현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재판받고 실형이 언도되기도 했다.

동양그룹의 경우 계열 분리된 오리온 그룹의 담철곤 회장도 징역 3년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동양그룹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구조조정 계획으로 시간을 벌어가며 CP와 회사채의 위험성을 은폐한 행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범죄였다. 현재현 회장과 같은 인품이 어쩌다 여기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실망천만이다.

현 회장과 전직 CEO들은 중죄를 받아야 하지만 동양그룹의 기업운명은 어찌되느냐가 관심이다. 지금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살아남는 시절이 아니니 책임 있는 기업인은 중죄로 복역하더라도 유망기업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판단할 능력이 없지만 채권단에서는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만은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제시해 본다.

옥중의 SK 최태원 회장의 경우

▲ 수형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옥중 집필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

수형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의 옥중 집필이 화제이자 감동이다. 최 회장은 4년형으로 구속되어 이미 600일이 넘는 감옥생활 하면서 옥중에서 책읽고 참고자료를 분석하여 수천가지 메모와 입으로 전달하여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동생과 함께 수형생활하면서 꾸준히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인의 자세를 보여왔다. 급료와 성과급을 반납,사회에 환원시키고 자신이 역점을 기울인 해외사업 추진에도 간접적인 역할을 지속했다.

최 회장은 정부나 비영리기구 및 영리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은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전문 해결사나 맞춤형 해결사라고 보고 사회문제 해결 정도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SPC(Social Progress Credit)방안을 제시했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일종의 보상제도다.

최 회장은 “SPC를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SPC가 기업의 자산으로 사회적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면 사회적 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체계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개념을 정리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주체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정부혹은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의 숫자가 많아지면 사회적 기업 활동이 사회규범처럼 당연시 돼 구성원들 역시 사회적 기업 활동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지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번 책은 이날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사회적 기업 월드포럼 2014’에 맞춰 출간됐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3호 (2014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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