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200명 동반, 이익공동체 심화

▲ 1박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3일 오후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환 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좋은 시기’ ‘최상의 국빈’이었다.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미묘한 시기에 시 주석은 중국 경제인 200여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대동하고 방한했다. 이번 방한으로 지금껏 양국 간의 ‘좋은 관계’를 넘어 ‘더 좋은 관계’로 격상 시킬 수 있었다.

시진핑 중국주석 방한
좋은 시기 최상의 국빈
경제인 200명 동반, 이익공동체 심화
미· 일관계 미묘, 국익외교 균형문제

국익·국운개척 관련 최고의 국빈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우호적 관계는 이미 국제사회에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방한으로 두 정상은 다섯 차례나 만났으니 전통적인 혈맹관계인 미국 오바마 대통령 보다 더 많이 만났다.
그동안 시 주석은 북한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후 중국방문을 소원했지만 대꾸도 하지 않고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더구나 일본 아베정권이 과거사 인식을 뒤집어 가며 북한 정권과 손잡는 ‘맞바람’을 피우고 있는 시점이다. 미국도 한·중 간의 밀월외교의 심화를 여러모로 경계하는 눈초리다.
이처럼 주변국 관계가 민감하고 복잡하지만 시 주석은 한국만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사상 최대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국빈 방문한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시 주석을 최고의 국빈으로 환대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한국은 세월호 참사 여파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인사 낙마(落馬)로 정치적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경제 또한 회복세가 꺾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다급한 상황이다.
이럴 때 박 대통령은 국익(國益) 우선의 결단과 국운(國運) 개척의 의지로 시 주석 부부와 중국 경제인들을 최고 수준으로 맞이한 것이다. 이 결과 한·중 관계는 기존의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외교면까지 순풍에 돛을 달고 미래를 향해 질주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한껏 조성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열경열’의 이익공동체 다짐

한·중 관계는 1992년 노태우 정부와의 국교수립 이후 22년간 역대정권에 의해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동안 중국의 장쩌민 주석, 후진타오 주석이 국빈방문하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도 국빈으로 교환 방문했었다.
시 주석은 방한에 앞서 국내 언론사에 보낸 특별기고를 통해 한국은 이미 중국과 최대의 무역 동반자이자 최대 수출시장, 수입대상국, 투자 대상국, 유학생 파견국, 해외여행 목적지가 된 명실상부한 ‘이익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로써 양국관계 발전 속도와 넓은 영역은 국제사회에서 국가관계 발전의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호적 인식을 지닌 시 주석은 지난 2009년 12월 당시 부주석 자격으로 첫 방한하여 박근혜 대표와 처음 만난 후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이번 시 주석의 국빈방문으로 5차례나 만났으니 매우 친밀한 관계로 양국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이런 측면에서 시 주석의 국빈방문은 “순풍에 돛을 달기 위한 우정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방문일정에서 양국 정상회담, 환영만찬, 특별오찬, 한·중 경제인 포럼 참석 등 중요한 행사를 통해 온갖 현안과 관심사항 등을 해결한 느낌이다. 또 시 주석은 바쁜 일정을 쪼개어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면담하고 서울대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를 만나 중국과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깊은 정을 솔직히 말해주었다.
시 주석을 만난 정의화 국회의장은 한·중·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시 주석은 양국 국회의장단의 교환방문을 제안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한·중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순풍에 돛을 단 듯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국빈방문 성과는 한마디로 ‘정열경열’(政熱經熱) 관계로 평가된다. 종래 정치는 다소 냉각되고 경제관계는 활발하다는 ‘정냉경열’(政冷經熱) 관계에서 한 단계 더욱 발전하게 됐다는 의미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물론 북한 당국은 곱지 않은 시각으로 우려하거나 거부하는 입장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청와대에서 한· 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FTA 타결은 한·중 경제관계 격상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한·중 FTA의 연내 타결을 비롯하여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영사협정 타결 및 비자면제 확대, 미세먼지 감축 및 재난구호 상호협력 등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중 FTA의 경우 상호 민감품목 문제가 제기되어 있지만 조기에 타결할 경우 10년 내에 GDP 3%의 성장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양 정상은 한·중 경제포럼에서 FTA의 조기타결은 새로운 차원의 경제협력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양국 협력관계의 격상이자 양국 국민의 복지증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간 신산업의 협력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의 연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공동성명에 한국산 김치의 대중국 수출문제가 오른 것이 다소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그동안 중국산 김치는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한국산 김치의 중국수출은 검역기준에 걸려 있었다. 중국의 식품검역은 100g당 대장균 30마리 기준을 적용하지만 한국은 중국산 김치수입에 대장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김치 제조과정에는 비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되지만 발효과정에서 사멸되기 때문에 식품위생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국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대장균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한국산 김치는 대중국 수출이 막혀 있는데 반해 중국산 김치는 지난해 22만톤이나 수입됐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중국이 위생기준 개정에 이 같은 한국측 입장을 반영키로 했으니 김치 종주국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인들도 한국산 김치를 애호한다는 사실은 알려졌다. 이번 국빈방문에 동반한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한국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인들도 백화점 식품코너나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한국김치를 많이 구입해 귀국하곤 했다.

한·중 동반자 관계속 미·일 실리외교

시 주석의 국빈방문으로 한·중 관계가 심화된 만큼 미국과 일본관계에서 기존의 국익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균형과 실리를 추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미국은 우리의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혈맹관계이고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나 동북아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 관계를 정상화 시켜야만 한다.
시 주석의 방한을 수행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방한성과로 한·중은 공동발전을 실현하는 동반자, 지역평화 동반자, 아시아 발전의 동반자 및 세계번영을 촉진하는 동반자 등으로 요약했다고 한다. 대체로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일본과의 관계에서 ‘반일(反日)공조’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한국측 입장을 어렵게 만들지 않았느냐고 우려된다.
일본은 한·중 관계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앞세워 양국관계의 틈이 생기도록 작용할 심산이 너무나 뻔하다. 또 미국은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미묘한 3각 관계에서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을 통해 일본의 과거 ‘야만적’인 침략사를 거론하고 항일전 당시 한·중이 생사(生死)를 같이 했다는 역사적 유대를 강조했다.
또 한·중 정상도 공동성명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일본관계에 대해 특별오찬에서 일본의 우경화와 북·일 관계 접근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이 “쓸데없이 과거사를 끄집어냈다”고 트집을 잡았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한·미동맹 관계를 인식하면서도 한국이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강력 견제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이렇게 보면 시 주석의 방한으로 양국관계가 정치·외교·경제 등 전 부문으로 확대 심화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미국과 일본과의 국익·실리 외교의 한계는 지켜가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0호(2014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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