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호소 뒤늦게 읽고 보니···

문득 ‘교도소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월간지를 우송하여 독후감을 편지로 받아 읽은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자유를 빼앗긴 그들의 삶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체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들이 깨알처럼 적어 보낸 사연이 구구절절 가슴에 닿는다.

‘교도소 사람들’의 편지
책을 읽고 싶어요
절박한 호소 뒤늦게 읽고 보니···

‘구독료가 없습니다’ 라는 고백

창간 15주년 기념호를 제작하면서 교도소 사람들의 사연을 엮어 보고 싶어 묵은 우편물을 뒤적여 보니 겨우 10여 통이 찾아졌다. 언제부터인가 명확치 않지만 여러 해에 걸쳐 교도소 사람들로부터 띄엄띄엄 받아 읽은 편지가 100여 통이 넘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구멍가게식 잡지사 살림이라 제대로 보관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남아있는 몇 편을 골라 다시 읽으니 그들의 절박한 소리를 너무 무심(無心)하게 흘려버렸다는 반성이 따른다.
지난 2012년 12월, 대전 유성우체국 사서함에 주소를 둔 강OO 씨는 경제풍월 구독소감을 보수계 잡지로 평가해 주었으니 고마운 말씀이었다. 같은 주소지의 이OO 씨는 11년째 수형 생활하는 무기수라고 고백하며 ‘구독료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구독료가 없을뿐더러 원한다면 무료로 우송해 줘야할 고마운 구독자인데 왜 따뜻한 답장도 보내지 않고 흘렸을까 후회스럽다.
교도소 사람들에게 경제풍월을 우송하게 된 인연 고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보내고 싶은 심정이나 본인들이 어찌 알고 연락이 와서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에 복귀한 후 자택으로 우송하고 있지만 보내는 쪽이 오히려 감사하다.

볼펜으로 그린 ‘여인의 얼굴’

원주우체국 사서함을 이용하는 박OO 씨는 7년형의 절반을

▲ 대구의 이OO씨가 경제풍월에 보내주신 그림

보낸 분으로 늘 책을 읽고 싶은 소망을 말해 준다. 종교단체가 보내주는 후원금 1만원으로 살아가기에 우편 값도 귀한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풍월이 소개하는 신간서적 서평을 읽고 책을 구할 수 없겠느냐고 물어온다. 최근에는 류성룡 대감의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를 읽고 싶다고 적어왔다.
대구 달서우체국 사서함의 이OO 씨는 교도소 졸업을 앞두고 사회복귀의 꿈을 적어 보낸 것이 있었다. 경제풍월에 자주 실리는 박정희 대통령 관련 기사를 읽고 존경하게 됐다는 소감도 말했다.
교도소 생활 속에 외부세계가 그리울 것은 당연하다. 어느날 호송차 안에서 새벽 눈을 구경했노라고 했다. 평소 교도소 안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는 취미에 의지한다면서 볼펜으로 A4 용지에 그린 여인의 얼굴을 보내왔다. 모델은 신문광고라고 소개했는데 우리가 보기엔 대단한 재능으로 느껴진다. 이 씨는 곧 사회로 복귀할 테니 행여 경제풍월이 대구에 올 기회가 있을 때 연락하면 한방음식을 대접하겠노라고 했다. 눈물겨운 초대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교도소 사람들’의 고독과 낙오감을 달래 줄 방도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단지 적극적인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성한다. 경제풍월 구독을 희망하시는 분 연락주시면 우송해 드리겠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1호(2014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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