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호]

별난 교수 별난 인생

기록의 大家 서울대 金安濟(김안제) 교수

60평생기록, 8백장분량 책엮어

"기록은 자기반성과 미래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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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安濟 (김안제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글/ 宋今姬(송금희) 기자

“기록은 삶의 일부, 귀찮지 않아”

약속시간보다 20여분이나 일찍 김안제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섰다. 대여섯평 남짓한 작은 연구실로 들어서자 김 교수의 조교가 기자를 맞아주었다.

정확히 약속시간에 들어온 김안제 교수. 첫인상은 예상과 달리 친근하고 덕많은 옆집 할아버지 같았다. 김 교수는 오자마자 전기난로를 가져다 틀어준다. 가을바람이 제법 차고 날카로워졌다.

‘약은’ 서울사람의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김 교수의 말에서 딱딱하고 사무적인 서울억양이 아닌 구수한 경상도 문경 사투리억양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 교수의 책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 한국에서 단 한 권밖에 없는 별난 책을 낸 동기부터 물었다.

“49년 9월 그러니까 초등학교 4학년초부터 기록이란 걸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늘의 영감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니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하게 되었던 거죠.”

김 교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글을 깨우치면서 만화와 동화집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하도 많이 읽어서 나중에는 봤던 책을 또 보는 일도 생겼다.

“책을 한참 읽다보면 전에 읽었던 책인 겁니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기록해뒀으면 미리 알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낭비가 싫어서 만화는 만화대로 동화는 동화대로 읽은 책목록을 가나다라식으로 분류했고 새로운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평생 기록사는 이렇게 만화책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록하는 항목이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항목의 수는 점점 불어갔다.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만 이제는 제 기록노하우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잘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나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스케줄이 대담, 강의, 저녁식사약속 세 가지가 있다고 하자. 각 스케줄대로 표를 만들어 초안을 기록하고 이것을 기록노트에 이기하는 방식이다.

“아침에 나오면서 만보기를 0으로 해놓고 나왔는데 지금 보니 1,544보를 걸었군요. 하루일과를 마치고 총 보행수를 기록합니다. 한 달이 되면 노트에 옮겨 적고 한달 집계를 냅니다. 그렇게 해서 1년이 되면 또 1년 집계를 내는 식입니다.”

만보기를 꺼내 현재 보행수를 확인하는 김 교수의 예상외의 행동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김 교수에 대한 존경과 감탄, 그리고 그 진지함에 대한 경외스러운 웃음이었다.

“교수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 기록하는 게 귀찮지 않으십니까?”

“기자님, 이빨 안 닦고 출근길 지하철타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찝찝하시지요? 저는 기록하지 않으면 찝찝합니다. (기록하는 것은) 기계적인 것이에요.”

김 교수가 하루일과를 기록하는 시간은 99.9%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다. 과음해서 적지 못하는 경우는 다음날이라도 반드시 적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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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2학년 시절 친구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상주에 갔을때 찍은
사진 (앞줄 맨 우측이 김안제교수)>

기록이 계획적인 삶 인도

그래도 김 교수의 평생을 걸쳐온 기행(奇行)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록을 하시면서 제일 좋은 점은 뭡니까, 교수님?”

“우선 자기생활이 정리가 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가 반성되고 월말통계 낼 땐 한 달간의 생활이 반성이 됩니다. 다달의 월간기록을 모아 연말통계를 내면 1년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철저한 자기반성, 피해갈 수 없는 자기인식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1년동안 마신 주량은 얼마이며 피워댄 담배갑수는 얼마인지 그가 매일 거짓없이 기록한 수치는 한 달이면 한달, 1년이면 1년 정확한 통계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두번째, 기록의 좋은 점은 과거에 대해 기록하면 내일에 대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오늘에 대한 기록은 내일 할 일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을 찾기 전까지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 스케줄이나 약속을 잊어버릴 일이 없어 그만큼 실수가 줄어든다.

“기록을 하면 자기에게 정직해지고 생활이 성실해집니다. 깡패나 도둑이 자기가 한 일들을 기록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남의 물건 훔치고 사람 때린 일들밖에 없을 것 아네요? 본인들이 봐도 부끄러울 겁니다. 저도 적고싶지 않은 게 왜 없겠어요. 그렇지만 정직하게 다 기록합니다. 부끄러운 기록은 반성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의 기록의 산물인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에는 그가 처와 다퉈 이틀동안 말을 걸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기록돼 있을 정도니 이것으로도 그의 우직함과 정직함, 솔직한 성격은 입증된 셈이다.

“그 기록을 보고 아내가 부끄럽다고 난리였습니다. 부끄러운 내용의 기록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죠.”

기록은 계속된다

김 교수는 2002년말에 또 한 권의 책을 낼 생각이다. 96년판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에 들어있는 136개의 항목에다 96년부터 2002년 사이의 기록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96년판에 못다 실은 56개 항목의 기록들도 함께 넣을 계획이다. 96년판이 총 836페이지였다. 김 교수는 두 번째 책은 한 1200페이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호는 주로 취미생활기록에 중점을 둬서 기록할까 합니다. 주량회수는 물론 노래방간 회수, 제가 자주 내지는 못했지만 돈 낸 회수 등을 실을 예정입니다. 전편만 보면 공부와 연구활동만 많이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놀기도 많이 놀았고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평소 김 교수와 친한 사람들도 김 교수를 맨날 노래 부르고 술 잘 마시는 풍류객으로만 알았지 철저한 기록의 대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제 책을 먼저 보고 만난 사람은 저를 기계적이고 웃음도 없는 사람으로 선입견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만나보고는 책에서 받은 느낌과 전혀 다르다고 얘기해요.”

김 교수가 지인들에게 아무리 소탈하고 덕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해도 어릴 적부터 이어져온 본성은 속일 수 없다.

“원래 좀 치밀한 성격입니다. 어릴 적부터 결벽증이 있어서 일을 한번 잡으면 철저하게 하는 성격이죠. 제가 스스로 정한 원칙에 얽매여 애를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엄격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지 않은가. 부인이 사람좀 골라 사귀라고 충고할 정도니 깡패든 누구든 사람을 가려 사귀지 않아서 문제다.

“인간성 좋고 차별이 없다는 칭찬을 듣는 본인은 한없이 괴로운 겁니다. 외려 남에게 지탄받는 사람이 속은 편한 법이죠. 천성적으로 남에게는 엄격하지 못한 성격입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보니 김 교수야말로 외유내강의 산 증인인 셈이다.

“여자에 대한 기록 왜없나?”

96년판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에는 여자에 대한 기록은 없다.

“97년 책이 화제가 돼 방송에 나온 적이 많았는데 인터뷰어가 왜 여자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없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자사진 있지 않습니까, 제 아내사진?!”이라고 대답하니까 부인 이후의 여자는 없냐고 또 묻더군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 부인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웃음)”

2002년판 책에는 친구들의 성화로 그동안 김 교수가 만나온 여자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할까 생각중이라고 한다.

“책이 나오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제일 기분 좋았던 것은 기록을 멀리했던 사람들이 기록을 시작한 일입니다. 한번은, 친구집에 갔다가 우연히 제 책을 봤다는 독자가 전화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도 제 책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재밌고 해서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까 보여줬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집에 오면 공부는 안하고 TV보고 소설책만 읽더랍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하냐고 혼을 냈더니 “책 쓴 사람도 TV 많이 보고 소설책도 많이 봤더라”고 대답하더랍니다. 하하하”

96년 출판당시 ‘한 한국인의…’는 2500권만 한정 인쇄했다. 그런데 출판 6개월만에 책이 다 동이나 지금은 시중서점에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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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년 UNCRD주최 日本국제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안제 교수>

한국인은 기록에 약하다?

김 교수는 책에 한국사람이 특히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재산현황까지 모두 공개했다. 통장개수는 물론 거기에 들어있는 현금,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不動産)과 동산(動産), 이들 재산의 시가총액까지 명시하고 있다. 도대체 비밀이란 게 없다. 공식적인 인쇄물에 재산까지 공개하는 것은 보통 용기와 성품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산을 공개하려면 우선 부끄러움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제가 탈세했거나 부당한 뇌물을 받았다면 공개하지 못하죠. 또 용기도 필요합니다. 웬만한 용기 가지고는 공개하기 어렵죠. 그런데 아직까지 국세청에서 아무소리 없는 걸 보니 문제가 없나 봅니다(웃음).”

재산 공개하고 나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김 교수 본인도 아닌 김 교수의 부인이다. “책보니까 돈 좀 있던데 돈 빌려달라”는 주변사람의 요청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얼렁뚱땅, 쉬쉬하며 기록에 허술한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한국인은 왜 기록에 약할까. 김 교수는 “세계에서 일본인만큼 기록 잘하는 민족도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사람이 기록에 약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조선시대부터 문맹률이 높았던 것도 한 요인입니다. 또 한국인 특유의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성도 한 몫 했습니다. 냉수 마시고 먹지도 않은 고기먹은 척 이 쑤시는 게 한민족 아닙니까. 내면에 있는 약점을 밖으로 내보이려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사·역사적으로 볼 때 기록해서 득 보기 보다 손해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큰 이유다. “조선시대 작당 모의한 기록이 발각되면 ‘줄줄이 사탕’으로 잡혀갔습니다. 기록이 부패와 비리가 발각되는 단서가 돼 기록해봤자 손해보는 경우가 많으니 기록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 교수의 말은 한국이 부정부패의 나라라는 또 하나의 뼈아픈 방증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질서의식, 정직같은 덕목에 약하고 시간의 낭비가 많은 것도 기록에 약한 요인입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정보화시대입니다.”

기록정신, 후대에 큰 귀감

김 교수가 어릴 적부터 모아온 통지표, 졸업장, 기간이 만료된 여권, 다쓴 통장, 각종 발령장, 위촉장, 상장과 노트 등은 역사적 자료로도 가치가 높아 한국종이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기록의 명수라는 별명을 가진 김 교수가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초청으로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일반대중을 상대로 기록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주전공인 지방자치에 대한 강연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올해로 63세를 맞은 김 교수가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2002년이면 교수 정년입니다. 연말에는 96년 냈던 책에 그 이후 기록까지 보내 65년간의 기록을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그동안 맡고 있었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국내외 못가봤던 곳을 여행하고 싶어요. 이제는 좀 게으른 생활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기록은 죽을 때까지 합니다.”

문경의 작은 시골마을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 입학, 동 대학에서 석사를, 미국유학을 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안제 교수. 그가 한국지방자치에 큰 공헌을 하고 일반인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처절하리 만치 열심히 살았던 삶과 그의 전 생애에 걸쳐 한결같이 유지되었던 기록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 날짜와 시간, 기자의 이름 등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도 그의 기록에 남을 걸 생각하니 돌아오는 길 마음까지 뿌듯해진다.

<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 주요내용 >

괴짜교수의 평생 記錄史(기록사)

서울대 환경대학교 김안제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96년 발간된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 草凡 김안제 박사의 육십년 생애와 업적’을 펼쳐본 소감은 한 마디로 놀라움과 경이로움, 신기함 그 자체였다.

8백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가장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그가 나고 자라 공부하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그간 적어놓았던 방대한 양의 생애 기록들이다.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는 김안제 교수의 환갑을 기념해 김 교수의 동료교수와 제자, 후배들이 김 교수가 평생 써온 기록들을 편집, 발간한 기념집이다.

책은 사진편, 기록편, 통계편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편에는 설명과 함께 김 교수의 여러 모습이 시대순으로 실려 있고, 기록 및 통계편에는 김 교수 주변의 다양한 인사들로부터 받은 인물평과 김 교수 자신이 쓴 자전적 기록, 학문업적과 생활편린(生活遍歷)에 관계된 모든 사실과 통계가 펼쳐져 있다.

일지편(日誌篇)에는 교수와 그의 가족의 변동사항, 그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사회의 주요사건이 날짜순으로 기록돼 있다.

술담배로 쓴 돈이 6천7백만여원

김안제 교수의 출생과 성장, 가족사, 학업사와 학문활동, 사회활동에 대한 기록은 물론 가계지출내역과 재산현황, 심지어 그간의 흡연량·음주회수와 비용, 그가 불렀던 노래들의 제목과 합계, 걸음회수 등 미련하리 만치 구체적인 각종 수치와 통계, 기록들이 일기를 쓰기다가도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 쉬운 보통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던져준다.

그가 태어나서 60년간 걸은 보행수는 97,316,915보이다. 하루 4,440보를 걸은 셈이고, 총 거리는 63,256㎞. 김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지구적도 둘레를 한바퀴 반 돈 거리다.

김 교수가 96년까지 핀 담배는 모두 13,386갑, 담배 한 갑을 9백원으로 기준했을 때 13,386,000원어치에 달한다. 그렇다면 그가 먹은 주량은 얼마나 될까, 흥미진진하다.

김 교수는 2홉들이 소주를 무려 17,749병을 마셨고 병당 가격을 3천원으로 잡을 때 자그만치 53,247,000원어치의 술을 마셨다.

술과 담배는 물론 노래부르는 것을 즐기고 가창실력도 가수 급은 된다는 김 교수는 평생 동요 62곡, 가곡 62곡, 대중가요 468곡, 외국가요 51곡 총 643곡을 불렀다. 책에는 가창곡의 총계는 물론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교수시절 등 생애의 각 분기점마다 그가 불렀던 노래 총 643곡의 제목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그가 평생 읽고 봤던 소설과 영화도 장장 18페이지에 걸쳐 시기별로 일일이 기록돼 있다.

1945년부터 96년까지 52년 611개월간 김 교수가 읽었던 국내소설 579권, 외국소설은 400권 도합 976권이며 이는 월평균 1.6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영화는 극장과 TV, 비디오 등을 통틀어 52년간 국내영화 631편 외국영화 492편 총 1,123편의 영화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흘리개시절 놀이까지 기록

김 교수의 기록에는 높고 천함이 없는 듯 하다. 숨바꼭질, 구슬차기, 자치기, 재기차기, 땅따먹기, 연날리기, 트럼프놀이 등 친구들과 함께 했던 놀이의 종류와 시기까지 도표로 정리돼 있는 부분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그가 즐겨하는 골프에 대한 기록도 빠질 수 없다. 김 교수가 가지고 있는 골프채의 개수와 제품정보, 그가 다녔던 골프장주소와 지도로 나타난 골프장 위치, 골프일지 등이 깨알같은 글씨로 19장에 할애되고 있다.

특히 골프 친 날과 정확한 시간, 장소, 김 교수와 함께 친 골퍼명단과 홀수, 스폰서명(名), 득점까지 기록한 골프일지가 치밀하고 꼼꼼한 김 교수의 성격을 잘 나타내준다.

이쯤 되면 그의 학문활동과 교수직 외의 사회활동에 대한 기록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도도 남는다.

생애일지편에는 김 교수 개인사를 주축으로 가족, 형제자매, 처가가족에 관한 변동사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해방, 정부수립, 6.25동란, 4.19혁명, 5.16혁명 등 국내외 주요사항이 2백여페이지에 걸쳐 있다. 김 교수 개인의 기록임과 동시에 한국 근대사의 기록으로서도 가치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의 제목을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로 한 것도 이러한 기록성과 역사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책을 엮어낸 김 교수의 제자와 후배들은 발간사를 통해 “한 사람의 성장과 생활을 통해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한국인의 잠재적인 특성을 조명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록을 등한시하는 습관을 가진 우리 후학들에게 선생의 기록정신과 그 실천은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주리라고 믿는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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